속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투명성에 있어서 실치만 못하다는 비유다. 크고 작은 집단이 갈등으로 소란하고 썩고 어지러운 것은 이런 불투명에서 시작한다. 욕심이 눈을 가리기 때문일 것이다. 압축과 절제된 표현, 명징한 비유가 시창작 방법의 특징인 허영자 시인은 1938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1962년 현대문학에 박목월 시인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첫 시집 '가슴엔 듯 눈엔 듯'을 내었고, 이번이 11번째 시집이다. 시조집 '소멸의 기쁨'과 동시집 '어머니의 기도'를 내기도 했다.
투명한 환경은 사람에게 영적 성장을 가져다준다. 시 '투명에 대하여 7 - 문득 내 곁에'에서 화자는 햇빛이 빛나는 투명한 가을날 하얀 머릿수건을 쓰고 지나가는 수녀를 만나고 비구니 스님을 만나면서 "참으로 멀리 계신/ 하느님도 부처님도/ 문득 내 곁에"있다는 것을 느낀다. 투명한 가을 하늘 아래 차랑차랑한 햇빛, 하얀 머릿수건, 파르란 까까머리, 여성 성직자들을 동원하여 투명함을 강조한다. 투명함 속에서만 신성이나 영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뛰어내릴 듯
뛰어내릴 듯
강물 속으로
다리 난간을 붙들고 섰던 여자가
문득
돌아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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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의 아기가
꿈틀하였기 때문입니다
- '마리아 막달라 32-생명' 전문
허영자의 시들을 읽어가다 보면 시의 형식적 전범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 시와 같이 모성을 형상한 시는 이번 시집에서도 나타난다. 이를테면 별 ‘금성’을 제목으로 한 시다.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늙은 어머님의/ 등불// 제일 먼저 켜이고/ 제일 밝게 켜이고/ 제일 나중에 꺼진다."('금성' 전문) 밤하늘에 가장 먼저 뜨고 가장 밝고 가장 나중에 지는 별이 금성이다. 이 별은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등불이다.
◇투명에 대하여 외=허영자 지음. 황금알 펴냄. 127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