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호, 프로봇짐러의 생존법

서지연 ize 기자 2018.02.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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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호, 프로봇짐러의 생존법


“제가 없는데 저희 집을 왜 소개하죠?” MBC ‘무한도전’에서 조세호는 ‘집안 팀’이 자신의 집에서 촬영을 하겠다고 하자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나 ‘집안 팀’은 조세호의 집에 쳐들어갔고, 멋대로 그의 명품 옷을 꺼내 입거나 요리를 하며 집을 잔뜩 어지럽혔다. 하루 종일 밖에서 촬영을 하고 돌아온 그는 자신의 정장을 입고 스테이크를 먹는 멤버들과 마주치고 기막혀했지만, “우리 집에서 정장 입고 스테이크를 먹은 분들은 최초인데 이렇게 차려입고 먹으니까 느낌이 괜찮네요”라고 금세 상황을 수긍했다. 그렇게 조세호는 늘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무던하게 자신의 현재를 받아들였다.

12주간의 결방을 끝낸 ‘무한도전’이 ‘무한뉴스’로 다시 출발할 때, 조세호는 ‘안 가는 곳이 없어서 연예계 근황을 꾀고 있는 프로봇짐러’로 소개되며 ‘무한도전’의 가장 끝자리에 앉았다. 2001년에 데뷔한 그는 ‘무한도전’에서 소개한 것처럼 50개 이상의 예능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했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할 때마다 특유의 입담과 개인기로 주목받고 MBC ‘세바퀴’에서는 뜻밖에 ‘프로불참러’라는 별명을 얻으며 반짝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메인 플레이어의 역할을 맡았던 적은 드물었다. 그런 조세호가 ‘무한도전’이라는 큰 예능 프로그램에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패널로서 쌓아온 그의 이미지와 태도 덕분이다. 2009년 ‘박명수의 기습공격’으로 ‘무한도전’에 처음 출연했을 때 언제나 부담 없이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는 연예인들’ 중 한 명이었다. 2013년에는 ‘쓸쓸한 친구를 소개합니다’ 편에서 스케줄이 있어 도중에 떠난 김영철의 대타로 출연하기도 했다. 마침내 2017년 ‘무한뉴스’ 편에 출연하게 됐을 때도 어두운 계단 위에서 초조하게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 했으며, ‘뗏목한강종주 어기여차’에서도 들어갈 타이밍을 좀처럼 잡지 못해 동동거렸다. ‘Q&A’ 편에서는 무한도전 멤버 카드가 없어 비밀 클럽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유재석을 기다려야 했다.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 없는 남자. 그래서 조세호는 어쩌다 주어진 작은 기회에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고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에서도 좀처럼 얼굴 구기는 일 없이 넉살 좋게 대처하는 법을 익혔다. ‘무한도전’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기사가 나가서 난감하셨을 것 같다”고 말하며 은근히 제작진의 의중을 확인할 만큼 조심스럽지만 필사적이었던 그는 결국 무한도전의 멤버가 됐다.

앞서 새 멤버를 영입할 때마다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던 ‘무한도전’이지만, 조세호는 몇 번의 반고정 출연과 ‘그것이 알고 싶다-프로봇짐러의 변심’ 편으로 자연스럽게 합류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의 영입 전후로 더욱 짓궂어진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은 오히려 시청자들이 기존의 멤버들보다는 조세호의 입장에 보다 공감하게 만든다. ‘무한뉴스’ 편에서 유재석은 “무한도전 시청자 중에는 조세호 씨를 기다린 분이 별로 없다”라고 잘라 말했으며, ‘뗏목한강종주 어기여차’ 편에서 박명수는 도와주러 온 조세호를 보고 “쟤를 왜 불러”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물론 가까운 사이에서 하는 농담이거나 웃음을 위한 설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멤버들에게 적잖이 구박을 받는 상황에서 기죽지 않고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조세호의 모습은 그래서 더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무한도전’ 멤버들이 장난으로 가볍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도, 그에게는 모두 절박한 일들이었다. 그 결과 ‘면접의 신’, ‘1시간 전’ 등에서 절실한 성실함으로 최근의 ‘무한도전’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봇짐을 내려놓고 정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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