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저녁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 내에 있는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에 한 임산부가 앉아서 쉬고 있다. 가방에 핑크색 임산부 배지가 달려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여러명이 비워둔 임산부 배려석은 약 15분 뒤 채워졌다. 신길역에서 한 여성이 탑승해 앉은 것. 가방에 핑크색 임산부 배지를 단 '임산부'였다. 착석한 임산부는 지친 몸을 뒤로 기대더니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며 쉬었다.
지난 1~5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 40곳을 살펴본 결과 27곳(67.5%)은 비워져 있거나 임산부가 앉아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나머지 13곳(32.5%)은 임산부가 아닌 노인·아저씨·아주머니·학생 등이 앉아 있었다. 주로 오전 7~8시 출근시간이나 저녁 6~7시 사이 퇴근시간에 임산부가 아닌 이들이 배려석을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4일 저녁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둔 시민들./사진=남형도 기자
이 같은 인식에는 핑크색 디자인으로 임산부 배려석을 꾸민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서울시는 2015년 7월말부터 지하철 승객들이 임산부 배려석을 한 눈에 알아보고 양보할 수 있도록 좌석과 등받이, 바닥까지 '분홍색'으로 연출했다. 엠블럼도 분홍색 바탕에 누구나 임산부임을 쉽게 알아보도록 허리를 짚고 있는 여성을 형상화하고, 바닥에는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는 문구도 넣었다.
4일 저녁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둔 시민들./사진=남형도 기자
하지만 일부는 아직도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데 대해 반감을 갖고 있기도 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던 직장인 최모씨(51)는 "임산부가 오면 비켜주면 되지, 왜 늘 비워둬야 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며 "임산부만 피곤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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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임산부들은 점차 배려가 확산되는 데 대해 대체로 만족해 하는 분위기였다. 임신 4주차인 장모씨(33)는 "초기라 배가 부른 티도 안 나는데 임산부 배려석이 비워져 있으면 편하게 앉아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실제 임신 2개월 이내 '초기 임산부'는 유산 가능성이 높아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9개월차인 이은정씨(34)도 "아직도 충분하진 않지만, 확실히 임신 초기보다는 배려석에 대한 양보가 늘었다"며 "임산부라 몸이 무겁고 힘든데 이런 인식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