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강남 블로그 맛집? "월 400만원 광고 전쟁"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8.02.06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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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다음 검색 화면 노출 위해, 업체에 주는 광고비 수백만원…"최근 더 올라"

홍대·강남 블로그 맛집? "월 400만원 광고 전쟁"


지난해 6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파스타 가게를 낸 김모씨(45)는 올해 1월 영업이익을 계산하고 한숨이 나왔다. 개업 후 6개월이 지나면서 단골손님은 조금씩 생겼지만 한달에 250만원씩 내는 포털사이트 블로그 광고 비용이 여전히 부담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겨울은 한파까지 몰아쳐 여름과 가을에 비해 손님이 크게 줄었다. 광고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그나마 오던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블로그 광고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홍대나 강남, 이태원 등 주요 상권 가게들은 한 달 광고 비용이 400만~5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과열 양상이다.

블로그 마케팅은 이용자가 포털 사이트에 특정 키워드로 검색할 때 검색 화면 상단에 나오도록 해주는 것이다. 예컨대 식당 주인이 블로그 마케팅 대행업체에 '홍대 파스타' 등을 키워드로 제시하면 대행업체는 자신들이 운영하거나 계약을 맺은 블로그에 광고성 글을 올려 검색 화면 상단에 노출 시키는 방식이다.



블로그 마케팅 업체가 네이버와 따로 계약을 맺는 건 아니다. 각 업체는 비공개되는 네이버 검색 시스템을 파악해 '영업비밀'로 삼고 검색 화면 상단 노출 전략을 펼친다. 광고를 원하는 가게 주인들은 업체와 월 단위로 계약을 맺고 노출 횟수나 수준이 계약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만큼 돈을 돌려받는다.

블로그마케팅 대행업체 대표 이모씨(39)는 “광고수요가 많아지면서 1년 전과 비교해 포털사이트 블로그 상위노출 광고비가 30~50% 증가했다”며 “홍대나 강남 같은 큰 상권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 한 달에 최대 500만원까지 받는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광고 비용이 계속해서 오르는 건 네이버나 다음 등 특정 포털사이트가 검색광고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닐슨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광고 시장점유율은 각각 74.4%, 15.3%로 전체 검색광고 시장의 약 90%를 차지한다. 광고가 몇몇 포털사이트로 몰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홍대입구역 5번 출구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씨(여·45)는 “광고를 그만두고 싶어도 주변에 많은 음식점들이 대부분 하고 있어서 쉽게 그만두지도 못한다"며 "2년 전부터 광고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부터 월 광고비가 25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블로그 광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글 대부분이 실제 고객들의 후기가 아니라 광고를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란 지적도 많다.

또 다른 대행업체 대표 박모씨(37)는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은 고객들이 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며 "1페이지나 2페이지에 노출된 글들은 거의 광고 대행업체들이 올린 것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남긴 후기가 노출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재연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과 과장은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검색광고의 경우 정보와 광고가 혼재돼 있다"며 "인터넷 이용자가 검색결과가 광고라는 인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 6월까지 포털사이트 광고 등 온라인 관련 불공정사례를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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