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얼려버린 강추위…‘모의 개회식’이 남긴 숙제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이영민 기자 2018.02.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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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평창 동계올림픽 ‘모의 개회식’ 열려…영하 12도에도 검색대·카드리더기 얼어 “시설 정비 등 과제”

3일 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지막 리허설을 관람하고 나온 평창군 주민들이 귀가하기 위해 출입구로 나왔지만 평창조직위 측에서 혼란을 우려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문을 개방해 추위 속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3일 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지막 리허설을 관람하고 나온 평창군 주민들이 귀가하기 위해 출입구로 나왔지만 평창조직위 측에서 혼란을 우려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문을 개방해 추위 속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하 12도, 체감온도 22도. 참을만한 추위라고 여길 법한 냉기는 모든 것을 얼려버렸다. 입장을 위해 선 대기 줄은 검색대가 얼어 1시간 이상 지체해야 했고, 스타디움 안의 매점은 카드리더기가 얼어 계산에 혼선이 빚어졌다. 두꺼운 양말에 운동화를 신은 발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동상 위험에 밖으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3일 오후 8시 평창동계올림픽 모의 개회식에 참석한 일반 관람객들은 예상보다 더 강한 추위에 “참기 힘들었다”는 내용의 감상문을 잇따라 전하며 강추위에 대비하지 못한 시설과 대책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7시부터 강원도 평창군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1시간 대기한 직장인 B씨는 “철저하게 방한용품을 챙겨 갔는데도, 개회식에 집중하지 못할 만큼 추위가 신경 쓰였다”며 “추위 때문에 검색대가 얼어 검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공식 결제수단인 비자카드도 리더기가 얼어 쓸 수 없어 현금으로 대체했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 C씨는 “개회식 내용은 화려하고 세련돼 눈길을 끌었다”면서도 “국제대회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입장) 절차나 (추위) 대비책은 어수선했다”고 전했다.



이날 모의 개회식에 참석한 이낙연 총리는 “진짜 개막식과 똑같은 시간의 리허설을 봤다. 영하 15도는 견딜만했다”고 감상평을 냈지만, 일반 관객의 반응은 달랐다.

9일 실제 개회식과 똑같이 진행된 이날 모의 개회식은 영하 22도 이상의 체감온도라는 강추위로 화려한 콘텐츠가 빛을 잃은 ‘불만의 현장’으로 수렴되기 일쑤였다. 강추위 대비와 1시간 넘는 대기 시간 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오른 셈이다.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 모의 개회식에는 자원봉사자 가족과 출연진 가족, 유관기관 관계자, 개최도시 주민 등 2만여 명이 초청됐다.


최종 리허설 형태로 진행된 모의 개회식은 실제 개회식과 같은 시간에 시작했다. 진부역에서 올림픽 스타디움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수송 과정도 실제처럼 진행됐다.

화려하고 장엄한 개회식 내용은 기대감을 높였으나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추위였다. 체감온도 영하 22도까지 떨어지는 추위를 감당하지 못하고 행사 도중 자리를 뜬 관객도 속출했다.

검색대가 얼어 대기 줄이 길어지면서 행사가 시작됐는데도 입장하지 못한 관객도 적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뒤 셔틀버스가 모자라 일부 관객은 30분 넘게 추위 속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개회식 방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 스타디움이 지붕 없이 지어진 탓에 관객들은 매서운 한파에 고스란히 노출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막일인 9일 평창의 밤 기온은 영하 10~12도가 될 전망이다. 스타디움이 지어진 대관령의 칼바람이 더해지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창조직위원회는 방한 대책으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관람석 뒤쪽 바람이 드나드는 길목에 방풍막을 설치하고 난방 쉼터 18곳과 관람객용 대형 히터 40개도 마련했다. 또 무릎담요, 핫팩 방석, 손·발 핫팩 등 방한용품 6종 세트도 관객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번 모의개회식은 테스트 이벤트 형식의 마지막 운영 점검 성격”이라며 “실제 개회식 당일까지 미비점을 최대한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의 개회식에 참석한 일반인 D씨는 “모의개회식에 2배 가까운 참석자들이 찾는 실제 개회식 땐 혼선이 더 가중될 것 같다”며 “셔틀버스 운영이나 검색대 등 시설 작동 문제 등을 제대로 정비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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