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갇힌 R&D론 혁신 못해, ‘P&D’로 혁신성장 이끌 것"

머니투데이 대담=강기택 경제부장, 정리=유영호 정혜윤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2018.02.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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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김학도 산업기술진흥원 원장 "中企 애로 해결해주는 ‘종합병원’ 역할하겠다"

머투초대석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인터뷰머투초대석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인터뷰


“단순한 R&D(연구개발) 투자 지원뿐 아니라 신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실력 있는 기업들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해 유통·수출할 수 있는 플랫폼 조성에 앞장서겠다. P&D(플랫폼개발)로 ‘혁신성장’을 이끌어 가겠다.”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의 답변은 명쾌했다. 지난해 12월 29일 KIAT 원장에 임명된 후 한 달간 고민의 결과를 담은 답변을 자신감 있게 쏟아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R&D에서 시장과 산업의 ‘판’을 바꾸는 혁신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연구실에 갇힌 R&D’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기술개발에만 몰두할 뿐 실제 성과를 창출하는 사업화, 판로개척, 수출지원 등 산업기술 생태계, 즉 플랫폼 구축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고 김 원장은 “신기술 발굴·개발부터 상용화, 유통, 수출 등 전 단계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김 원장은 새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을 “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신기술과 신산업을 발굴하고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는 성장 정책”으로 정의하고 선도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장’ 달성을 위해 KIAT의 조직 혁신도 예고했다. 강소기업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전문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조직을 수요자 맞춤형으로 개편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 원장을 지난달 31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만나 취임 소회와 앞으로의 KIAT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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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정부의 ‘일자리 경제’ 정책을 주도적으로 실천하는 기관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한 달 동안 KIAT의 본질적 가치를 들여다봤다. 기술이 주도하는 따뜻한 경제,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기술혁신 지원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고민했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혁신기업(유니콘 기업)은 기술보다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BM)을 무기로 등장한다. 혁신적인 BM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산업 생태계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KIAT도 단순한 기술개발 지원에서 나아가 혁신적 BM 발굴을 위해 인력양성, 기반조성, 기술사업화 등으로 산업기술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고 앞으로 여기에 집중하려 한다.

-우리나라 R&D 투자액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세계 1위지만 성과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술개발→상품화(기술사업화)→판매·수출’로 이어지는 전(全)주기적 지원이 부족했다. R&D도 결국 상품화를 거쳐 시장에서 성공해야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 기존 R&D 틀을 과감히 벗어던져 기업에 실제 도움이 되는 BM 창출을 돕겠다. 또 유관기관 협업으로 금융, 판로지원 등을 패키지화해 산업기술 생태계 구축도 노력하겠다. 결국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 R&D를 P&D로 혁신하겠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 ‘혁신성장’이고, 어느 때보다 KIAT의 역할이 중요해 졌다. 복안을 말해 달라.
▶‘혁신성장’을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경제성장 정책으로 해석한다. 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신기술과 신산업을 발굴하고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KIAT는 기술혁신 전담기관으로서 전기·자율주행차, IoT가전, 바이오헬스 등 성장 잠재력이 많은 신산업 육성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융합형 신소재부품 개발 지원에 역량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및 글로벌 진출 지원, 기술사업화 지원 강화 및 월드클래스300 등 종합 육성책도 마련하겠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장에서 체감도가 낮으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현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각종 정책의 현장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전문관제도를 신설하려고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경쟁력이 있어도 정보나 정책 이해도 등이 부족해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소재·뿌리·국제협력 등 전담 분야별로 20년 이상 관련 경력을 가진 직원들을 전문관으로 지정해 기업 문의나 애로가 접수되면 직접 현장을 찾아가 맞춤형 진단과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구호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술지도, 경영지도, 특허지도 등 구체적인 지원을 하고 책임제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금융문제도 기술기업이 겪는 큰 애로다. 어떻게 할 것인가.
▶P&D 추진에도 중소기업 기술력과 금융 지원을 연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산업부와 신산업분야 우수기업 자금 지원 사업 MOU를 맺었다. 테크론(TechLoan) 사업인데 연간 2000억원 이상 지원할 계획이다. 좋은 기술로 상품을 만들어오면 기술보증기금과 국민은행, 신한은행이 담보없이 자금을 지원한다. R&D만 하는 게 아니라 상품화해서 유통까지 할 수 있게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우수 기술을 가졌지만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게 양질의 금융자금을 제공해 기업들이 기술사업화에 전념할 수 있게 유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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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 ODA(공적개발원조) 등 기존의 글로벌 사업은 어떻게 가닥을 잡고 있는지.
▶정부와 함께 기술 신남방·신북방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정부가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ODA(공적개발원조)를 활용해 세계 다른 나라들과 기술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산업기술 ODA, TASK(애로기술지도) 사업을 내실 있게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신흥시장 개척을 위해 중소·중견기업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및 유라시아 진출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취임 후 첫 조직 개편을 앞두고 있는데,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책 결정 시스템을 바꾸겠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가 있다. 매주 현안을 안건으로 내놓고 다른 부처와 협업할 수 있는 회의체다. 비슷하게 기관 안에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해 운영할 계획이다. 협의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정책 책임자를 지정하고 결재 업무를 최소화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고객만족도 강조해 왔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KIAT가 올해부터 강소형기관 그룹에서 준정부기관 그룹으로 편입돼 더 많은 책임을 안게 되었다. 공공기관의 본연의 역할은 정책 수요자가 불편 없이 정책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고객만족은 공공기관의 가장 큰 책임 중 하나다. 기관 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고객만족(CS) 업무도 기관장 직속 조직에 둬 직접 챙기겠다.

-원장으로서 이것 만큼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해 달라.
▶KIAT에 와 보니 조직이 젊고 열정적이다. 충분히 기술혁신 전담기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중요하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 정시퇴근 원칙을 지키고 휴가도 다 쓰게 할 것이다. 불필요한 행사는 걷어내고 그 시간에 전문성을 키우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외형 확대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으로 내실을 다질 때다. 단순하게 사업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보다 이후 제대로 돌아갔는지 빠진 부분은 없는지 사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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