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승자의 저주? 대우건설 인수 자신"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8.02.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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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우건설 인수해 해외사업 강화, 재무부담 시장 우려엔 "중도포기 안할 것"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17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KLPGA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지난해 11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17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KLPGA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재무적으로 불안했다면 인수 시도조차 안했죠. 중도 포기는 안 합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56·사진)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쏟아지는 관심과 우려에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대우건설을 통해 동남아 등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김 회장은 2일 호반건설 본사에서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승자의 저주’ 같은 이야기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며 “인수의지도 확고하고 중도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계기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역량을 꼽았다. 인수합병(M&A)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데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관심에 신중한 모습이었지만 대우건설 인수를 통한 해외사업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침체에 빠진 플랜트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도 내비쳤다. 시장의 우려와 대우건설 노조 등의 반발까지 안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김 회장은 “아파트만 짓는 주택사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이젠 지을 땅도 마땅치 않다”며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생사업 같은 경우에는 호반건설이 종합건설사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부분(브랜드 이미지)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때문에 지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만 나는 해외사업을 굉장히 좋게 본다”며 “대우건설 같은 경우는 발전, 원자력, 해외고급건축 이런 부분이 굉장히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은 플랜트 부분이 좀 안 좋은데 앞으로 유가가 오르고 발주가 늘면 다시 좋아질 것”이라며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대형사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특히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가 호반건설로의 인수에 반발하고 나선 부분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 회장은 “조심스럽지만 (대우건설) 플랜트 사업부 직원들이 최근 3~4년간 수주가 없어, 고용에 불안을 느끼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그건 현 경영진이 잘못한 부분으로, 인수하면 그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회장은 또 “시장의 오해와 달리 우리가 인수합병에서 일부러 드롭(포기)한 적은 절대 없었다”며“며 ”바라보는 시각에선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다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시공능력평가 13위인 호반건설은 3위인 대형사 대우건설 인수전에 단독으로 뛰어들며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호반건설은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 6조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잠정)했다. 지난해말 기준 총자산 규모는 8조원, 누적 자기자본도 5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주택사업 흥행으로 현금성 자산이 쌓여 올 연말이면 2조3000억원을 넘본다.

광주 지역 임대아파트 공사로 시작한 호반건설이 이처럼 성장한 데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시기 토지 매물을 거둬들이며 성장기반을 확보하고, 여러 계열사를 통해 택지입찰에 성공한 덕분이다. 특히 주택시장 규제가 대폭 완화된 2014년부터 3년간 연평균 1만가구씩 주택을 공급하며 성장 보폭을 넓혔다. 올해도 공급 예정 물량이 8000가구에 이른다.

호반건설이 연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주택, 토목, 건축, 플랜트 등 사업을 영위하는 업계 3위 종합건설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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