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시행 첫 날인 30일 서울 서초구 NH농협은행 남서초지점에서 한 고객이 업무를 보기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코인판 등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농협은행을 ‘갓농협’이나 ‘갓협’이라는 부르고 있다.
농협은행이 가상통화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가상통화 거래실명제 시행을 앞두고 기존 가상계좌로 입금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가 뒤집는 등 가상통화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반면 농협은행은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농협은행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신규 회원들을 위해 기존에 발급했던 가상계좌 이상으로 실명확인 계좌를 제공할 계획이 없다. 하지만 빗썸과 코인원이 신규 회원에게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건 농협은행 덕분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생각이다. 신한은행은 빗썸 신규 회원은 물론 기존 회원에게도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고 기업은행은 업비트 기존 회원에게만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가상통화 투자자들 사이에서만 인기가 있는 건 아니다.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실명제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면서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실명제는 가상통화 투자자의 입출금 계좌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전용계좌를 같은 은행으로 일치시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가상통화 거래실명제 도입 이후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추가 입금은 실명확인 계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실명확인 시스템을 개발한 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가상계좌를 제공했다. 농협은행이 만든 실명확인 시스템은 가상통화 투자자의 계좌번호와 이름 등을 받아 실명을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농협은행이 지난해말 정부가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시킬 때 선제적으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상계좌를 회수할 수 있었던 것도 실명확인 시스템 덕분이다.
정부는 실명확인 시스템을 참조해 가상통화 거래실명제를 마련했다. 투자자 계좌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계좌를 같은 은행으로 일치시킨 건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투자자 계좌와 거래사이트 계좌 은행이 다르면 은행들이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위해 계좌를 들여다볼 수 없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의 권리도 충분히 고려해 가상통화 거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난해 시행한 실명확인 시스템은 가상통화 거래실명제의 모태가 되는 시스템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