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평창 동계올림픽과 이건희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8.01.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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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습니다. 젊은 저희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열정이었습니다"

2011년 7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이 날 때까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비서는 "정말 목숨 걸고 뛰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장 비서팀 내 별도 조직인 스포츠전담팀의 일원으로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던 이 회장의 올림픽 활동을 직접 목격한 인물이다.

2009년 말 특별사면을 받은 이 회장은 이후 1년 반 동안 11차례에 걸쳐 170일간의 해외 출장을 소화하며 '표'를 쥔 각국 IOC 위원들을 만났다. 이때 이동 거리만 21만 킬로미터, 지구 5바퀴에 달한다.



이 회장은 만나는 IOC위원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했다. 개인 차원에서 준비한 선물에도 인간적인 '스토리'를 담았고, 식사 자리의 세부적인 장식까지 신경을 썼다. 이 회장을 수행한 '스포츠 비서'들은 강행군에 녹초가 됐지만, 목표를 향해 뛰는 70대 회장의 모습에 오히려 힘을 얻었다.

학창 시절 레슬링 선수로 매트 위에서 뒹굴었던 이 회장은 평소 '스포츠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저서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아무리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소원한 관계에 있는 사이라도 스포츠 앞에서는 적이 있을 수 없다. 남북 관계 역시 스포츠 교류부터 시작하면 상호 불신의 벽을 허물고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동안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치닫던 북한도 이번 올림픽에 참가키로 했다. 추진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분명 고무적인 것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일단 남북간 '대화'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유치 결정 소식에 이 회장이 감격의 눈물을 보였던 평창 동계올림픽(2월9일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이 회장은 본인이 그토록 원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을 삼성서울병원 20층 병실에서 TV를 통해 접하게 됐다.

이 회장 입원 후 아버지를 대신해 삼성 서초사옥에서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을 영접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 혐의로 기소돼 거의 1년째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삼성의 승마 지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K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뇌물'로 보고 기소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다음달 5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삼성이 단체가 아닌 개인을 지원했던 선수 중에는 지난주 한국인 사상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정현도 있고, 이건희 회장과 평창올림픽 유치 현장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던 피겨퀸 김연아도 있지만 삼성은 말이 없다.

전세계 13개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인 삼성이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도 '침묵'하는 이유다.
[우보세]평창 동계올림픽과 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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