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 금리 급등…'증시 조정' 긴장 고조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8.01.30 08:22
글자크기

美국채 10년물 금리 2.7%대…2014년 이후 최고치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 추이/자료=블룸버그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 추이/자료=블룸버그


29일(현지시간) 전 세계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채권 금리 상승 여파로 역대급 랠리를 구가하고 있는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장 중 2.73%까지 올랐다. 2014년 4월 이후 최고치다. 또 만기가 같은 독일 국채 금리는 7bp(1bp=0.01%포인트) 오른 0.69%를 기록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독일 국채 5년물은 2015년 11월 후 처음으로 0%를 넘어섰다. 5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 역시 1년 고점인 1.45%로 뛰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투매 압력이 컸다는 뜻이다.



채권 금리 급등과 함께 이날 전 세계 증시가 하락했다. FTSE 전세계지수가 0.6% 하락하며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또 뉴욕증시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가 모두 0.67% 떨어졌고 FTSE 신흥시장지수 역시 0.6% 하락했다.

채권 금리 상승이 증시에 악재인 이유는 우선 기업의 차입비용을 끌어 올리기 때문이다. 저렴한 이자로 지탱했던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면 증시에도 그만큼 부담이다. 이날도 채권 금리가 오를 때 취약한 부동산과 유틸리티 업종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의 투자 매력이 줄어든다.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이 초래된 건 세계 경제의 동반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회복, 이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오랜 기간 잠잠하던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회복되자 수년간 대규모 통화부양책 기조를 유지해 온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구체적으로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금융위기 후 시작한 통화부양책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BOJ)이 올해 하반기 초 부양책을 거둬들일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금리 급등발(發) 증시 조정 우려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아직은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하지만, 시장이 과도한 반응을 보일 경우 급격한 조정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주식 투자전략 책임자는 보고서에서 "증시에 조정이 올 가능성이 꽤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여전히 증시 강세를 전망할만한 좋은 이유들이 있지만 증시 강세엔 낙관론 확산이 동반됐기 때문에 그만큼 증시가 실망에도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이는 증시가 지속적인 약세장에 진입할 위험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급격한 조정을 겪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여러 요소들은 시장이 너무 빨리, 큰 폭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글로벌 증시는 1987년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날 하락하긴 했으나, FTSE 전세계지수는 1월 들어 6.5% 상승했다. 이는 1987년 이후 1월 상승세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