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황영기 회장 "인가 불허한 이유라도 설명해야"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8.02.0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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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장벽'에 막힌 자본시장]황영기 금투협회장 초대형IB 발행어음 등 지연에 "금융당국, 설명없이 심사 보류…대국민 서비스 자세 아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김창현 기자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김창현 기자


"금융위원회의 영문 명칭이 'Financial Services Commission'(
파이낸셜 서비스 커미션)입니다. 국민을 위한 금융서비스 조직을 표방하는 것인데, 오히려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늘(2일) 이임식을 갖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사진)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숙제'를 끝내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발행어음 등 초대형IB(투자은행) 업무를 비롯한 각종 인가 처리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증권업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황영기 회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인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초대형IB 인가 업무를 처리하는 금융당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당국 눈치로) 부담스러운 현직 임직원을 대신해 말하겠다"고 운을 뗀 뒤 "정부가 인가를 안 해줄 땐 최소한 어떤 이유인지, 무엇을 고치면 언제까지 해줄 수 있는지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들이 초대형IB가 되려고 인력과 자금 등을 투입하며 오랜 시간 준비해왔다"며 "인가를 안 해준다는 것은 현재 증권사들의 인력과 자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초대형IB 시행과 인가 과정을 살펴보면 황 회장의 이같은 날선 비판은 수긍이 간다. 과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시절 초대형IB를 추진했을 당시 증권업계는 발행어음 업무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이라는 조건을 맞추면 허용되는 일종의 부가서비스 업무로 이해했다. 감독당국의 정책 취지에 호응한 대형 증권사들은 자본금 확충을 단행하는 등 초대형IB 출범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말 '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 통합 직후 대표이사 직속으로 초대형투자은행추진단을 상설 운영했고 NH투자증권도 전략투자운용부 인력을 증원하는 등 IB부문 중심으로 회사를 재정비했다. 삼성증권 역시 초대형IB 상설조직인 종합금융투자팀을 운영하는 등 초대형IB 출범에 박차를 가했다.


늦어도 지난해 하반기로 예상했던 발행어음 인가는 차일피일 미뤄진 끝에 11월에야 한국투자증권만 주는 것으로 결론났다. '반쪽짜리' 초대형IB란 비판이 거셌다. NH투자증권은 심사 일정이 연거푸 연기된 상황이고 KB증권은 아예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철회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인가 심사가 중단된 상태로 일정도 오리무중이다.

황영기 회장은 "언제까지 한다는 얘기도 없이 방치하는 건 국민에 서비스한다는 기관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이 주로 문제 삼는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서도 "회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데, 그런 것 때문에 조직이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준비한 사업의 승인을 안 해준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당장 인가를 해달라는 게 아니라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면 해주겠다'고 인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반대로 무산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에 대해서도 "모든 절차를 거쳐 법제처 검토까지 마친 법안이 최종단계에서 이유 없이 멈췄다"고 지적했다.

황영기 회장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준비하던 자산운용업계가 '두고보자'는 장관의 말 한마디에 일정을 올스톱해야 했다"며 "어디가 부족한지 얘기도 안 해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듭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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