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 공룡 구글·페이스북, 프랑스서 잇달아 AI 투자…'왜'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8.01.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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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대적 투자유치전에 화답…EU 내 비난여론 누그러뜨리기 위한 측면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구글과 페이스북이 프랑스에서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에 나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노력에 화답한 것이다.

동시에 유럽에서 받고 있는 ‘조세 회피' 비난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도 발 빠른 투자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유럽연합(EU)에서 비난 여론을 주도해 온 프랑스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다.



◇프랑스서 AI 투자하는 美 기업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구글은 몇 주 내 프랑스에 AI 센터를 만들겠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구글이 유럽에 AI 센터를 세우는 건 스위스 취리히에 이어 프랑스가 두번째다. 프랑스에 짓게 되는 AI 센터에선 프랑스 대학생들과 함께 건강, 과학, 환경 등 광범위한 주제가 연구된다.



아울러 구글은 프랑스 직원을 현재 대비 50% 더 증원하기로 했다. 또 4개의 ‘구글 허브’를 프랑스 각지에 세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구글 허브’는 온라인, 디지털 관련 기술 등을 무료로 가르쳐 주는 일종의 교육센터다. 이 시설들이 모두 설립되면 매년 약 10만 명에게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다. 일단 상반기 중 프랑스 서북부 도시 렌에 첫번째 허브를 세운다.

구글과 같은 날 페이스북도 프랑스에서 AI 관련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에 지은 기존 페이스북 AI 센터에 향후 5년간 1000만유로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이 AI 연구소 연구원들을 현재보다 2배 많은 60명으로 확충하고, 박사학위 소지자도 10명에서 40명으로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독일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SAP도 미국 IT 기업들과 함께 '프랑스 투자'에 동참했다. SAP은 5년간 프랑스에 20억유로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5년간 연구개발(R&D)에 1억5000만유로를 쓰고, 50개 이상의 스타트업 육성하는 데 이 돈을 쓴다는 방침이다. 투자 분야는 클라우드, 머신 러닝, 사물인터넷 등이다.


◇'프랑스를 선택하라' 마크롱 구애에 구글·페이스북, 대규모 투자로 화답

구글, 페이스북, SAP 등 유수의 IT 기업들이 이처럼 대대적인 프랑스 투자 계획을 발표한 건 일차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의 적극적인 기업 유치 노력에 대한 화답이다.

취임 당시부터 친기업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마크롱은 경제성장률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IT 산업을 키우려 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신기술로 주목되는 분야의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파리에서 철도차량기지로 쓰이던 곳을 개조해 스테이션 F(Station F)라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만든 게 대표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개막 하루 전날인 이날 전 세계 기업 최고경영자(CEO) 140명을 베르사유궁으로 초청한 마크롱의 '투자 설명회'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전 세계 유수의 기업 경영진들에게 프랑스에 투자해야 할 이유를 역설했다. 내건 구호도 ‘프랑스를 선택하라’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마크롱과 회동 직후 구글의 프랑스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빌 맥더못 SAP CEO 등 이날 투자계획을 내놓은 다른 기업의 경영진들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마크롱의 '투자설명회'에 대한 호응도 높았다. 피차이 CEO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프랑스가 디지털 기술에서 세계 챔피언이 돼 가는 과정에 공헌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프랑스의 과학, 예술, 학문적 업적은 AI 연구 중심지로서 이상적"이라고 치켜세웠다.

빌 맥더못 SAP CEO도 마크롱과 회동 후 "프랑스의 기업가 정신에서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보고 있다"며 "프랑스는 현대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사업 모델을 혁신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호평했다.

◇美 'IT 공룡'들, 조세회피 비난 선봉 프랑스와 유대관계 강화 필요↑

이와 함께 미국계 IT 기업들이 발 빠르게 마크롱의 '구애'에 화답하게 된 건 이들이 유럽에서 받고 있는 비난 여론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구글, 페이스북은 유럽에서 버는 돈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세금을 무는 기업으로 '낙인'이 찍혀 있다. 아일랜드처럼 EU 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부를 두고 본부로 매출을 계상해 사실상의 조세회피를 한다는 비판이다.

특히 프랑스는 EU에서도 다국적 IT 기업들의 세금 회피를 막는 데 선봉에 선 국가다. 지난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은 유럽의 납세자들에게 빚진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EU에서 논의된 균등세도 프랑스가 도입 논의를 주도했다. 균등세는 유럽 각 국가에서 발생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자는 것으로 미국 IT 기업들이 '버는 만큼 세금을 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안이다.

그만큼 이들 기업 입장에선 프랑스와 유대관계를 강화할 유인이 높다. 비난 여론을 누그러뜨리고 실제 EU 내에서도 이들 기업에 유리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구글과 페이스북의 프랑스 내 투자 소식을 전하면서 "IT 거대 기업들이 유럽에서 불공정하게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비판에 처한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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