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확산되는 '코넥스 무용론'…성장사다리 걷어차기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김도윤 기자, 조한송 기자 2018.01.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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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넥스 패싱]지난해 코넥스 신규상장기업수 29개로 역대 최저치…코스닥 이전상장도 감소해

코넥스 시장의 존재 이유인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사다리 역할이 갈수록 축소되며 '코넥스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MT리포트] 확산되는 '코넥스 무용론'…성장사다리 걷어차기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넥스 신규상장기업 수는 29개로, 2013년 24개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넥스가 2013년 7월 개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신규상장기업 수 29개는 사실상 역대 최저치다. 전년 50개와 비교하면 1년 만에 42% 감소했다.

특히 새로운 대장주 부재로 인한 시장정체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코넥스 시장에서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기준으로 나란히 1~4위에 오른 엔지켐생명과학 (2,055원 ▲55 +2.75%), 툴젠 (69,300원 ▲2,900 +4.37%), 하우동천 (505원 ▲5 +1.00%), 노브메타파마 (20,500원 ▲450 +2.24%)는 모두 2013~2015년 상장한 종목이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 수 역시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코넥스 기업 수는 7개로, 2014년 6개에 이어 두 번째로 저조했다. 코넥스가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준비 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 거래대금도 줄어…위축되는 코넥스 = 무엇보다 고질적인 거래 부진 문제가 코넥스 시장의 설자리를 잃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코넥스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늘었지만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코넥스 전체 시가총액은 약 4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4%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코넥스 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17억9000만원으로, 전년대비 약 27.5% 감소했다. 웬만한 규모의 코스닥 1개 종목보다 시장 전체 거래대금이 낮은 점은 심각한 문제다.

이처럼 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환경 때문에 코넥스 시장의 가격 결정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로 엔지켐생명과학은 현재 코넥스 시장 가격과 공모가밴드 간 괴리가 크다는 이유로 상장 절차를 재추진했다. 그만큼 코넥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실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코넥스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벤처·중소기업이 코넥스 상장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 정책 기조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코넥스 소외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진입요건이 갈수록 낮아지는 코스닥과 달리 코넥스 시장은 2016년 6월 지정기관투자자 요건과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일부 완화한 것 외에는 별다른 정책적 지원이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넥스 시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출범한 제3주식시장으로 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점차 역할과 위상이 쪼그라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코넥스 폐지론, 코스닥 통합론도 제기돼 = 코넥스는 지금까지 미흡하긴 하지만 성장사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코넥스 시장에 상장할 경우 코스닥으로의 이전이 용이한 데다 제도권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한 제반 사항 등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코넥스 상장기업은 지정자문인 제도를 통해 증권사로부터 공시의무 수행과 사업보고서 제출 등의 업무를 도움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스닥 상장까지 갈 길이 먼 기업의 경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에 성공한 바이오기업 아이진의 이명재 이사는 "코넥스 상장 전에는 회사의 기술을 외부에 알릴 방법이 많지 않았다"며 "코넥스 상장이 회사 인지도를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는 코스닥 상장 요건은 안되지만 코넥스 상장이 필요한 기업들이 여전히 있다"며 "코넥스에 상장했을 때 혜택을 늘리면 코넥스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코넥스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 자체가 코스닥 같은 정규시장과는 다른 정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장이기 때문에 변화를 줄만한 요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코넥스가 지금처럼 위축돼 제 기능을 못한다면 시장 폐지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넥스가 개장한 지 5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비판받아온 거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되지 않아 중소벤처 기업 사이에서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코넥스의 코스닥 흡수 통합은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활로를 찾기 위한 새로운 정책 방향이 제시되지 못할 경우 폐지까지 포함한 다각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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