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반려견 진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한 동물병원의 모습. /사진= 머니투데이DB
#11년째 반려견을 키우는 윤모씨(61)는 최근 당뇨로 고생하는 반려견이 동물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지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싼 진료비 때문이다. "당뇨 진단을 받아 2주에 한 번씩 내원해 혈당검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진료비가 30만원이 넘어요." 윤씨는 현재 매달 100만원 가까운 비용을 반려견 진료비로 지출한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많이 가지만 가족이니 어쩔 수가 없어요."
#10년째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곰이'는 이모씨(27)의 하나뿐인 동생이다. "감기 때문에 병원에 찾으면 진료비랑 약값이 7만원 정도 나와요. 사람은 1만원이면 되는데…." 피부도 좋지 않아 정기적으로 찾는 병원에선 과잉진료를 하는 것 같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반려견이) 어디가 아픈지 말을 못하니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돈을) 달라는 대로 내야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반려동물이 아플 때다. 아프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반려견에 대한 안쓰러움과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실시한 '반려동물 서비스관련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반려동물 지출비용 중 '의료비'가 가장 부담스러우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려동물 서비스관련 소비자 인식조사 /사진제공= 소비자시민모임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동물의료수가제' 부활이 거론된다. 표준 가격을 정하자는 것이다. 동물의료수가제는 동물병원간 자율경쟁을 통해 의료비를 낮추기 위한 취지로 1999년 폐지됐다. 그러나 오히려 적정 기준이 없다보니 병원에 따라 진료비만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받고 있다. 정부는 현재 반려동물 의료수가제를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진료비 정책 개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인 상태다.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도 주목받고 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반려견 진료비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반려동물 보험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 영국(20%), 미국(10%)과 같은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이 0.1%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반려동물 보험 자체를 잘 모르기도 하고, 보험사들도 낮은 수익률을 이유로 반려동물 보험상품을 내놓길 주저하기 때문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반려동물 보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삼성화재 등 3개 보험사가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운용 중이다. 그러나 진료를 받아야 할 일이 많은 7세 이상 고령견의 가입이 불가할 뿐더러 중성화, 심장사상충 약 등 반려동물의 주된 질병, 수술 범위는 보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고 반려견 고령화에 따라 동물병원 진료가 잦아지며 반려견 진료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은 반려견 전용 약과 주사. /사진= 유승목 기자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과 함께 근본적으로 동물병원과 소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은 '반려동물 서비스관련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동물병원은 의료과정이나 비용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사전 동의를 통해 보호자(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소비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소비자들 역시 동물병원 의료비는 의료설비 수준, 수의사 역량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므로 가격과 더불어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물 의료서비스를 선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