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만 좋아지네"…직장인들 "나도 쉬고 싶다" 박탈감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8.01.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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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 10일, 동계휴가 도입 딴 나라 얘기…"공무원이라도 바뀌어야" 주장도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중소기업 직장인 정현성씨(36)는 지난 16일 공직사회에서 배우자 출산휴가가 10일로 확대된다는 뉴스를 보고 박탈감을 느꼈다. 아내가 첫째 아들을 낳았을 때 출산휴가 3일도 회사 눈치를 보며 썼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 결국 그는 출산휴가를 주말(토·일)과 합쳐 사실상 하루밖에 쓰지 못했다. 정씨는 "왜 주위에서 다들 공무원, 공무원 하는지 알겠더라"하며 "공무원만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쉼표 있는 삶'을 앞세우고 이를 뒷받침 하는 정책들을 공직사회에 도입하고 있지만 민간과의 온도차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회사들이 많아 민간에선 '공염불'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무원만 좋아진다"는 지적과 "공무원부터 좋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19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혁신처는 오는 3월 말부터 현재 5일인 배우자 출산휴가(배우자가 출산했을때 공무원인 남편이 사용하는 휴가)를 10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또 자녀돌봄휴가는 자녀가 3명 이상일 경우 연간 3일로 늘리고, 병원진료·검진·예방접종 등에도 쓸 수 있게 했다. 여름 휴가 뿐 아니라 자녀 봄방학이나 연말을 이용한 동계휴가제(1~3월)도 운영해 연가 사용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이는 저출산·과로사 등을 부르는 공무원 근로실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기준 공무원의 연평균 연가사용일수는 평균 연가일수(20.4일)의 절반 수준인 10.3일에 불과했고, 월 평균 초과 근무시간은 현업직(경찰·세관 등 상시근무나 주말 근무를 하는 공무원)이 70.4시간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아 공직사회와 민간 간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공직사회는 정부가 개입해 혁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민간은 기업 스스로 조직문화나 인식 등을 바꾸지 않으면 개선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11월 근로자 7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차를 모두 쓴 근로자가 22.3%에 불과했고,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00명 중 11.3%가 '연차(2016년 기준)를 하루도 못 썼다'고 답하기도 했다.

직장인 서모씨(33)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휴가를 장려하지만 딴 나라 얘기"라며 "사람도 없고 일도 많은데 어떻게 마음 놓고 편하게 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직장인 유모씨(29)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커녕 제때 퇴근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간과 공직사회 간 온도차가 크다며 지난달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방의 청원글./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민간과 공직사회 간 온도차가 크다며 지난달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방의 청원글./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방에는 '휴가사용을 장려하는 정부 방침과 현장 실태의 온도차'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연차가 100일씩 쌓여 있다는 한 기업 사례가 담긴 기사 내용을 첨부했다. 해당 청원은 19일 오후 3시 현재 1만1717명이 참여한 상태다.

반면 공직사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직장인 김모씨(34)는 "공무원이라도 바뀌어야 민간도 차차 인식이 바뀌지 않겠느냐"며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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