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랠리 신흥국 증시에 비관론…"2000년 데자뷔"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8.01.1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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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신흥시장지수, 올 들어 5%↑…모간스탠리 "32% 추락한 2000년 떠올라"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한 MSCI신흥시장지수/자료=블룸버그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한 MSCI신흥시장지수/자료=블룸버그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가 연초 강세를 띠고 있지만 이 추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줄을 잇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최신 보고서에서 신흥국 증시의 연초 성과가 믿을 만한 올해 전체의 예측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간스탠리는 투자자들이 올해 신흥국 증시에서 2000년을 떠올리게 될 수 있다며 당시도 연초 출발이 좋았지만 끝이 나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증시도 신흥시장과 비슷한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주요 신흥국 증시를 반영하는 MSCI신흥시장지수는 지난해 34% 뛴 데 이어 올 들어 5% 올랐다. 일본 증시는 토픽스지수가 4% 가까이 올라 현재 26년 만에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모간스탠리는 신흥국과 일본 증시가 2000년에도 비슷하게 출발했지만 MSCI신흥시장지수와 토픽스지수가 연말까지 각각 32%, 25% 추락했음을 상기시켰다.



모간스탠리뿐 아니라 골드만삭스와 '채권왕' 제프리 군드라흐 등도 신흥국 증시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이들이 거론하는 비관론의 근거는 5가지로 요약된다.

1. 기술침체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바누 바웨자 신흥시장 교차자산 전략 부문 책임자는 성장주기의 변곡점이나 과도한 주가 수준, 유가 하락 등 증시에 대한 일반적인 경고 신호보다 신흥시장에서는 기술 부문의 침체 리스크(위험)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흥국 증시의 랠리를 주도해온 기술기업들이 지난해 수준의 매출성장을 되풀이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메모리 수요 감소, 비트코인 투매 등이 기술업계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2. 달러 강세


군드라흐는 단기적인 달러 강세가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까운 신흥국 주가와 맞물려 신흥국 증시의 일시적인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지난주 연례 인터넷방송 '저스트마켓'에서 "가격 수준이 나쁜 지금은 신흥국 주식을 매수하기 좋은 때가 아니"라며 "전에도 반전된 바 있는 지점이라 거래 시점이 나쁘다"고 말했다.

군드라흐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신흥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의 주가수준 평가 척도인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로 보면 신흥국 증시가 미국 증시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이유에서다.

3. 성장둔화

'족집게' 같은 거시경제 전망으로 유명한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신흥시장의 성장률이 지난해 4.4%에서 올해 4.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신흥시장의 성장둔화가 대개 중국에서 비롯될 것이라며 이는 산업용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여파로 신흥국 증시의 랠리가 흐지부지돼 MSCI신흥시장지수가 연말에 달러 기준으로 다소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구리를 비롯한 산업용 원자재 주요 산지는 신흥국에 많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년에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흥시장 성장률이 4%로 떨어져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과잉매수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증시의 매수세가 과도해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MSCI신흥시장지수의 경우 10% 이상의 조정 없이 역대 최장기 랠리를 펼쳐왔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올해까지 증시 주도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성향이 사상 최고 수준이 됐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다만 신흥시장이 조정을 겪어도 '약세장'으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리며 신흥국 증시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고수했다. 자산가격이 전 고점 대비 20% 이상 추락하면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5. 인플레이션
엠르 티프틱 국제금융협회(IIF) 글로벌 자산시장 담당은 선진국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신흥국 증시 흐름의 판도를 바꾸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서 물가상승세가 가팔라지면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고삐를 죄는 통화긴축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한 예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신흥국 증시로 유입되던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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