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넘은 영원히"…'귀금속의 王' 플래티넘 위기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8.01.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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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 배기가스 정화 촉매 수요 급감…"금값 절반 이하 추락"
'플래티넘은 영원히'…亞장신구 수요 촉진 다이아몬드 같은 반전 기대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플래티넘은 영원히."

'귀금속의 왕' 플래티넘(백금)이 왕좌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수요가 가장 컸던 자동차업계에서 쓸모가 크게 준 탓이다. 플래티넘업계에서는 1940년대 말 다이아몬드업계를 되살린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와 같은 주문으로 반전을 꾀할 태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플래티넘업계가 전기차에 사업기회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플래티넘은 영원히"…'귀금속의 王' 플래티넘 위기
플래티넘은 디젤차를 비롯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해로운 배기가스를 무해한 성분으로 바꿔주는 촉매장치(촉매변환기)로 가장 많이 쓰인다. 연간 320만온스로 글로벌 전체 수요의 41%에 이른다. 이어 장신구 수요가 31%, 기타 산업 22%, 투자 6% 등이다.

전기차의 부상이 플래티넘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는 전기차엔 촉매장치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수요 급감 우려에 플래티넘 가격이 급락했다. 심지어 2015년 이후에는 줄곧 금값을 밑돌았다. 신용카드만 해도 골드(금) 다음 가는 등급이 플래티넘인데 시장에선 이미 서열이 뒤집힌 셈이다.



"플래티넘은 영원히"…'귀금속의 王' 플래티넘 위기
국제 선물시장에서 플래티넘 기준물 가격은 2008년 이후 60% 추락했다. 2008년엔 온스당 2250달러를 웃돌았지만 최근 100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10년 전 온스당 1000달러도 안 됐던 금값은 최근 1300달러 대로 올라섰다.

이 여파로 플래티넘업계에선 감원, 자산매각 등 비상조치가 잇따랐다.

세계 최대 플래티넘 생산업체인 앵글로아메리칸플래티넘의 자회사 앵글로아메리칸의 마크 커티패니 CEO(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받고 있는 사슴과 같다"며 "꾸물거리지 말고 당장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비어스가 다이아몬드를 위해 한 것과 같은 일을 플래티넘에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업체인 드비어스는 1940년대 말 '다이아몬드는 영원히'(A diamond is forever)라는 광고 문구로 다이아몬드 수요를 되살렸다. '세기의 광고 문구'라는 극찬을 받는 이 한 마디로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결혼반지의 대명사가 됐다. 덕분에 드비어스를 비롯한 다이아몬드업계는 대공황과 세계대전 후폭풍을 이겨낼 수 있었다.

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랜틱에 따르면 1939~79년 드비어스의 연간 다이아몬드 도매 매출은 미국에서만 2300만달러에서 21억달러로 10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드비어스의 광고 예산은 2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로 50배 급증했다. WSJ는 최근 다이아몬드 장신구 시장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80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플래티넘업계도 '플래티넘은 영원히' 캠페인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WSJ는 최근 인도에서 선남선녀가 '플래티넘 결혼반지'로 영원한 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의 TV 광고가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자동차시장에서 밀려난 플래티넘업계가 기대를 걸 수 있는 곳은 장신구 시장뿐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거둔 성공을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재연하기 위해 광고비 지출을 대거 늘리려 한다는 설명이다.

앵글로아메리칸플래티넘은 새 시장 개발에 연간 5000만~7000만달러를 쓸 것이라며 이 중 상당액이 아시아지역 장신구 시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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