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67.7조, '셀트리온 3형제' 어떻게 탄생했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8.01.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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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큰 바이오사업, 생산과 판매 자연스레 분리…제약사로 바이오·케미컬 양대축 완성

시총 67.7조, '셀트리온 3형제' 어떻게 탄생했나


셀트리온 (187,500원 ▼1,500 -0.79%),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 셀트리온제약 (95,900원 ▼200 -0.21%)을 증시에서는 '셀트리온 3형제'라고 부른다. 시가총액 합은 67조7065억원(15일 종가기준)이다. 현대차와 포스코 시총을 합친 67조3175억원보다 높다.

셀트리온이라는 이름을 공통적으로 쓰고 있지만 그룹 내에서 각 회사 역할과 기능은 명확하다. 맏형격인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생산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제품의 세계 판권을 쥐고, 마케팅하는 회사다. 셀트리온제약은 화학물의약품을 개발, 생산한다.



하나의 회사에서 해도 되는 사업이 여러 회사로 나뉜 이유를 알려면 셀트리온그룹의 성장사를 알아야 한다.

◇맏형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신화의 시작 =대우차 기획실에서 같이 일했던 서정진 회장을 비롯한 동료 6명이 셀트리온 모태가 되는 '넥솔'(현 셀트리온홀딩스)이라는 회사를 차린 것이 2000년이다.



넥솔을 만들었지만 어떤 사업을 할지는 회사를 만들고 나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BT(생명공학기술) 사업에 집중키로하고 2002년 셀트리온을 만든다.

이후 세계적인 생명공학 기업인 제넨텍에서 동물세포 배양기술을 이전받기로 했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장건설을 시작했다. 3000억원이 투자된 거대한 도박이었다.

셀트리온은 사업초기 수년 동안 실질적 매출은 없으면서 지출만 계속되는 심각한 자금 압박을 견뎌야 했다. 서 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사채까지 끌어다 써야 했을 정도로 힘든 버티기가 계속됐다. 하루하루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고 회고했다.


생산시설이 완공 단계에 접어들 무렵인 2005년, 다국적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가 구원병으로 등장했다. 바이오의약품 원료를 생산 대행(CMO) 해달라고 셀트리온에 요청한 것. CMO 사업은 매출의 절반을 영업이익으로 챙길 수 있는 알짜사업이었다. 셀트리온 매출은 2009년 1411억원으로 늘었다.

◇ 더 큰 꿈의 자금원 셀트리온헬스케어= 2009년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설립한다. 항체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라는 더 큰 시장을 품기 위해서였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직접 개발했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특히 각 국 별로 임상시험에 필요한 의약품과 생산시설 적합성을 검증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송도 공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 허가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CMO사업을 할 수 없었다. CMO로 매출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묘책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제품판권을 넘겨 투자자금을 유치한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판권을 받는 대신 셀트리온이 생산한 제품을 사주는 형식으로 허가과정에서 필요한 시험생산비용과 개발비용을 부담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시험생산제품을 사는 비용을 해외기업들에 판권과 생산제품을 넘겨 조달했다.

흥미로운 점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의 승인 이전에 생산된 시제품을 취소불능의 조건으로 구매했다는 것이다. 즉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판매허가를 못 받아도 셀트리온은 이미 판매한 제품 대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었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성공확률을 낮게 보는 상황에서 어떤 투자자도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분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과 테마섹 등 해외투자자들과 국내 투자자 일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투자했다. 제품 개발 실패의 위험을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이 진 셈이다.

서 회장의 전략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세계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 허가가 이어지고 있고 판매도 본격화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바이오시밀러 퍼스트무버로서의 위치를 구축해가고 있다.

◇화학의약품 양날개, 셀트리온제약 = 셀트리온은 2009년 한서제약을 150억원에 인수해 셀트리온제약으로 사명을 바꿨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셀트리온제약은 화학물 의약품 생산을 맡는 사업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그저 그런 회사였던 한서제약은 셀트리온에 인수된 후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셀트리온제약은 2015년 유럽과 미국의 허가기준을 충족한 국내 최대 화학의약품 공장을 세운다.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과 글로벌 허가 그리고 마케팅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화학의약품에도 접목해 세계 제네릭(복제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1500억원이 투자된 이 공장은 연간 최대 의약품 100억 정을 생산할 수 있다. 서 회장은 당시 준공식에서 "오창공장 준공으로 셀트리온그룹은 1000조 원의 세계 제약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바이오와 케미컬의약품 양대 축을 모두 갖췄다"며 "엄격한 품질관리 능력과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제약시장의 벽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더 이상 글로벌 제약산업의 변방이 아니며, 국가적으로도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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