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애플' 테슬라, 韓서 맥못춰..'찻잔 속 태풍' 그쳐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8.01.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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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테슬라]②본격 판매 첫해 303대...실제 시장파급력 미미, 모델3도 생산차질로 적기공급 난망

'모델 S 90D'/사진=테슬라'모델 S 90D'/사진=테슬라


2015년 11월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Tesla)'가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상륙에 나서자 시장이 들끓었다. 테슬라코리아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였다.

2009년 아이폰이 통신 시장에서 그랬듯, '자동차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이 혁신기업이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면서다.



'디젤 게이트' 이슈와 맞물려 내연 기관차에서 전기차(친환경차)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테슬라가 불쏘시개 역할을 할 거란 관측도 나왔다. 국산차 업체들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지난해 3월 청담·하남 스타필드 매장이 열리고, 같은 해 6월부터 모델S 차량이 본격 인도되는 등 국내 사업이 가시화하는 동안 테슬라는 이슈 중심에서 멀어졌다.



지난해 테슬라의 국내 총 판매량은 303대(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집계)에 그쳤다. 테슬라 지난 한해 동안 전 세계시장에서 모델 S 세단과 모델 X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차량을 10만1312대 판매해 전년대비 33% 증가했다.

기존 국산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모델에 비하면 훨씬 뒤처지는 수치다. 국내에서 지난해 현대차 (244,000원 ▼3,000 -1.21%) 친환경차 '아이오닉'(하이브리드 포함)이 1만2399대, 르노삼성 SM3 Z.E.가 2014대, 쉐보레 볼트 EV가 565대 각각 팔렸다.

물론 테슬라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판매 중인 모델S는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를 표방하면서 1억원 안팎의 가격으로 '대중 전기차'들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전기차 선택에 있어 중요한 기준인 1회 충전 인증 주행거리(국내 기준)가 테슬라 모델S는 378㎞로, 보조금 적용시 2000만원대인 쉐보레 볼트EV(주행거리 383㎞) 등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조만간 판매되는 현대차의 새 소형 SUV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도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390km에 달하는 등 신형 전기차들의 기술력 추격도 거세다.

모델S 가운데 지난해 미국·중국·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단종된 90D의 경우 국내에서만 뒤늦게 1000만원 이상 할인 판매돼, 소비자간 형평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테슬라 전기차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지만 국내 판매되는 모델S가 '얼리어답터'들을 사로잡기엔 철 지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모델S는 2012년부터 미국에서 출시돼 이미 수요층 일부는 국내 정식 수입 전 개별적으로 들여온 경우도 있다. 오히려 빠르면 연내 출시될 SUV형 '모델X'나 보급형 '모델3' 대기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1억원에 육박하는 모델X 보다 '대중 전기차' 모델3의 시장 파급력이 훨씬 크게 미칠 수 있지만, 미국에서 양산에 잇단 차질을 빚으면서 한국에 도입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아직 태부족인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여건도 테슬라의 질주에 제동을 건다.
테슬라 모델S 90D 내부/사진=장시복 기자테슬라 모델S 90D 내부/사진=장시복 기자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혁신성으로 인정받았으나 모델3 생산이 순조롭지 못하자 시장의 의구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전통적인 완성차 브랜드들이 속속 경쟁력 높은 전기차를 선보이는 데다, 한 차원 기술력이 높은 수소차까지 뛰어들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존 완성차들이 적극적으로 오프라인상에서 고객이나 언론과 소통하는 데 반해, 온라인 위주의 '신비주의' 홍보·마케팅을 벌이는 테슬라의 전략도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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