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수소충전소 200곳 설치 무산 '정부, 사업성 부족'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8.01.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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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 수소 충전소 전경/사진=효성서울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 수소 충전소 전경/사진=효성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2025년까지 전국에 수소전기차 복합충전소 200곳을 건설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사업성 부족과 대기업 특혜 시비 등으로 무산됐다. 정부는 우선 한국도로공사 예산을 이용해 수소충전소를 건설한 뒤 시장 상황을 보면서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2일 "현 시장 상황상 무리하게 수소충전소를 늘리기 어렵고 예산 반영도 안 돼 민간자본을 이용한 수소복합충전소 사업은 일단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지난해 2월부터 추진한 수소복합충전소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수소충전소 사업을 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휴게소 영업도 허용하는 것이다.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해 수소충전소와 휴게소가 결합한 복합충전소를 2025년까지 전국에 200여곳 설치하는 것이 정부 구상이었다.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정부는 용지비용 등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이에 국토부는 복합충전소 용지비용 명목으로 50억원의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아직 수소충전소가 수익을 낼 만큼 국내 수소차 수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수소차 190대 정도가 등록돼 있다. 현대차가 수소차 '넥쏘'(NEXO)를 출시한다 해도 생산량은 연간 1000여대에 그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소충전소 200곳을 만든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충전소 1곳 당 하루에 수소차 1대 올까말까한 수준"이라며 "아직 사업성이 충분치 않은 사업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특혜 시비도 발목을 잡았다. 국내에서 수소차를 생산하는 곳은 현대자동차 1곳 뿐인데, 이를 위해 정부가 예산 지원을 하는 것이 일종의 특혜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수소차 생산회사가 3곳이고, 회사가 직접 자기 자본을 투입해 충전소를 짓는다"며 "기업의 노력 없이 정부 지원만으로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복합충전소 사업은 무산됐지만 정부는 도로공사 예산을 활용, 올해 우선 고속도로변 8곳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후 시장 여건을 보면서 충전시설을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로 가는 방향은 맞다"며 "신산업 활성화에 지장이 없도록 수소충전소 구축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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