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장겸 등 4명 '부당노동행위' 기소…쟁점은?

뉴스1 제공 2018.01.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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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제작 배제 위해 조합원 37명 신설 조직에 배치
검찰"불구속 기소 이유는 이미 퇴사한 상황 고려"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서울 마포구 MBC본사/ 뉴스1 DB © News1 구윤성 기자서울 마포구 MBC본사/ 뉴스1 DB © News1 구윤성 기자


"가족이 사무실에 와보고 '유령회사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자로서 업무를 하지 못해 이제까지 살아온 삶 자체를 부인할 수밖에 없어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검찰이 MBC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전보됐던 MBC본부 조합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영기)는 11일 김장겸·안광한 전 사장과 권재홍·백종문 전 부사장 등 MBC 전 경영진 4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사장 등 4명은 2014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37명을 특정센터에 전보해 노조를 지배하고 노조운영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그중 19명에 대해서는 노조의 업무를 위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전보해 불이익을 준 혐의다.

◇조직개편 10여일 앞두고 신사업개발·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설립

검찰 조사에서 조합원 37명은 신사업개발센터·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전보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두 센터는 실체가 없는 유령조직에 가까웠다. 검찰에 따르면 두 센터는 2014년 10월 조직개편을 10여일 앞두고 안광한 전 사장의 지시로 갑작스레 신설됐다.



검찰은 안 전 사장 등이 공정방송을 이유로 사측과 갈등을 빚은 노조원들을 보도·방송제작 부서에서 배재하고 격리하기 위해 두 센터를 설립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센터 설립목적을 추정할 수 있는 (회의록 등) 여러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센터 설립 뒤에도 구체적인 업무가 없어 센터장조차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전보된 이들이 자진해 스케이트장과 주차장 관리, VR 프로그램 제작을 추진했을 뿐 회사측에서 부여한 업무는 없었다. 전보된 이들은 경력이 10년 이상인 기자·PD 등이었다.

두 센터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본사에서 멀리 떨어진 여의도와 구로에 각각 위치했을 뿐 아니라 MBC 간판이나 집기·시설·방송장비도 갖추지 않았다. 이들 센터로 전보된 한 조합원은 "아이가 직업이 무엇이고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물어봤을 때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몰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안 전 사장부터 김 전 사장 때까지 이들 센터에 전보된 인원은 총 44명인데 이 가운데 40명(3명 중복)이 MBC본부 조합원이었다. 기자와 PD로 입사한 데는 언론인의 자아를 실현하고 경력을 발전시키는 점이 전보조치에 있어 의미 있는 불이익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8개월 만에 끌려 내려온 사장인데…" 김장겸도 혐의 有


김장겸 전 MBC사장이 지난해 11월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서 열린 2017년 제7차 임시 이사회 참석하고 있다.2017.11.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김장겸 전 MBC사장이 지난해 11월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서 열린 2017년 제7차 임시 이사회 참석하고 있다.2017.11.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김장겸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19일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8개월 만에 강제로 끌려 내려온 사장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게 터무니없지만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김 전 사장은 (2015년 2월부터 사장 취임 전까지) 보도본부장으로서 조합원 2명의 센터전보발령에 가담했을 뿐만 아니라 사장 재임 중인 지난해 3월 노조원 9명을 위 센터 2곳으로 전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은) 실질적 재임기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외부에서 온 사람이 아니고 사실상 사내 핵심적인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며 "여러 가지 회사 사정에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4명의 전직 사장과 부사장을 모두 불구속기소 했다. 앞서 MBC본부는 지난해 11월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사장과 백 전 부사장 등 일부 경영진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앞두고 휴대전화 등을 파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구속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구속 기소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확보했고 피의자들이 이미 퇴사한 상황인 점 등 정황을 참작해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통상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느냐는 질문과 관련해 검찰 측은 "요건 중 하나이고 절대적이지는 않다"며 "언론사임을 고려하진 않았고 무엇이 원칙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만 참작했다"고 밝혔다.

또 "휴대전화 파쇄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었는데 그런 행위를 할 때 이미 (안 전사장은) MBC를 나간 상태였다"며 "그 증거인멸 행위가 직접 안 전 사장과 연관됐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수사와 달라진 점은


서울서부지검/ 뉴스1DB © News1 정회성 기자서울서부지검/ 뉴스1DB © News1 정회성 기자
앞서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신청을 받아 MBC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이후 전·현직 경영진 6명의 부당노동행위 및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를 확인했다며 기소의견으로 지난해 9월 검찰에 넘겼다.

서울서부지청의 기소의견 송치대상은 김장겸 사장,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 백종문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박용국 미술부장(직책은 해당 시점 기준) 6명이었다.

이 가운데 김재철 전 사장,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 박용국 전 미술부장은 서울서부지검의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정원 방송장악'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는 김재철 전 사장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이 이첩됐다.

나머지 2명에 대해 검찰 측은 "최 전 본부장은 처음부터 센터설립 의도를 알고 이후 인사조치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박 전 미술부장은 상부지시에 따랐고 종용회수가 1회에 불과한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권재홍 전 부사장은 서울서부지청의 기소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에서 혐의점이 포착됐다. 검찰은 또 김 전 사장과 백 전 부사장, 권 전 부사장의 조합원에 대한 승진 배제 혐의도 추가로 밝혀냈다.

서울서부지청은 앞서 MBC 전·현직 임원들이 기간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지급하고, 노동부 인가 없이 임산부 야간·휴일근로, 근로기준법상 한도 초과 연장근로 등 개별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측은 이 부분에 대해 "고의가 없거나 피의자들의 관여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임금을 얼마를 더 줘야하는지 산정된 기준이 없다"며 "차액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임금을 주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7.10.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7.10.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검찰은 추후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전 이사장에 대한 수사 계획을 묻자 "서울서부지청 지휘로 일부 수사 중인 사건이 있다"며 "나중에 송치받아서 혐의점을 살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27일 국정감사에서 MBC 노조원 부당전보 의혹에 대한 김경진 의원의 질타에 "조직이나 사업을 꾸려간다고 생각할 때, 그 사업이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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