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선물가격 추이(단위: 배럴당 달러)/자료=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8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0.97% 오른 배럴당 63.57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는 69.20달러로 0.55% 뛰었다. WTI와 브렌트유는 지난 1년간 각각 22%, 25% 오르며 약 3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세계 최대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 산하 프라이빗웰스솔루션의 바이런 비엔 부회장은 "원유 수요가 공급보다 더 빨리 증가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개발도상국의 중산층 증가세와 이에 따른 원유 수요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도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씨티그룹은 특히 이란 이라크 리비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지의 지정학적 위기가 이미 빠듯해진 공급과 맞물리면 WTI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 80달러 이상으로 뛸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경계론도 남아 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원유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셰일업계의 맹공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미국 셰일업계가 산유량을 대폭 늘려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산유량은 올해 사상 최고 속도로 늘어 내년엔 하루 1100만배럴을 넘어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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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EIA의 전망이 활황인 원유시장에 불길한 전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르스텐 프리츠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가 상승세가 과잉반응에 지나지 않는다고 봤다. 유가가 기초여건(펀더멘털)과 여러 잠재적 위험 요인을 무시한 채 치솟고 있다는 지적이다.
OPEC 내부에서도 국제유가의 지나친 상승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맺은 감산 합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 석유부 산하 매체 샤나에 따르면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전날 "일부 OPEC 회원국이 미국 셰일업계의 기승을 우려해 특히 배럴당 60달러가 넘는 유가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