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열공' 정의선 부회장 "하려면 제대로 한다"

머니투데이 라스베이거스(미국)=김남이 기자 2018.01.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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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8]CES 개막 첫날, 車·전자 전시관 돌며 기술 확인..."나도 악플 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개막 첫날 9일(현지시간) 정의선 부회장이 모빌아이·인텔 부스를 방문해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개막 첫날 9일(현지시간) 정의선 부회장이 모빌아이·인텔 부스를 방문해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미래차) 하려면 제대로 하려고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미래 전략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자동차 기업이라는 '기본'에 집중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착실하게 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자는 게 정 부회장의 스타일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정 부회장은 기자들을 만나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려면 제대로 하려고 한다"며 "실속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급하게 다른 기업을 쫓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이날 오후 넥타이를 매지 않은 편안한 차림으로 일본 토요타·닛산,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포드 등 자동차·부품 업체는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자업계 전시관을 돌며 기술 동향을 파악했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 부스를 찾은 게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나흘간의 CES 기간 동안 브라이언 크르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인텔의 수석 부사장이자 모빌아이 CEO겸 CTO(최고기술책임자)인 암논 샤슈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 등을 만나 협업을 논의한다. 모두 글로벌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기업의 CEO들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개막 첫날 9일(현지시간) 정의선 부회장이 한 자동차 전장 전문업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개막 첫날 9일(현지시간) 정의선 부회장이 한 자동차 전장 전문업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정 부회장 "車기업 본질 잊어선 안돼"=
정 부회장은 "(사업을) 벌려놓고 실패를 하면 내부 손실이 크다"며 "지킬 수 없는 것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평소의 지론을 밝혔다. 자동차 기업은 '자동차(운송수단)'라는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자율주행차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정 부회장은 "(CES를 둘러보니) CD가 없어지는 것처럼 몇 년 후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것 같다"며 "자동차가 등장하며 말이 없어진 것처럼 (자동차 산업도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차로 바뀌면 일하는 방식이나 모든 게 달라져야할 것"이라며 "경쟁사들도 다 비슷한 처지로 ‘누가 먼저하느냐’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보다 더 ICT같은 기업이 돼야 한다"며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


안전·보안·품질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도 상품을 잘 만들면 큰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포르쉐 정도의 품질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차가 ‘포르쉐 911'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중국 시장 부진 등으로 경영 상황이) 굉장히 심각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중국 시장에서 90만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프레스 컨퍼런스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남이 기자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프레스 컨퍼런스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남이 기자
◇"나도 악플 본다, 인생? 후회가 많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볼 수가 없다"고 웃으며 답했다. 현대차는 기사에 악성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기업 중 한곳이다.

정 부회장은 "다 보긴 하는데 (악성) 글을 많이 보면 둔해지는 게 큰 문제"라며 "말이 되는 악성 댓글이라면 ‘내 탓이오’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더 잘 해야한다’ 이게 제일 정답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그렇게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행운"이라며 "만약 관심이 없어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게 더 무서운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고민도 털어놨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냐는 질문에 "소주가 필요하다"며 "(그런 이야기는) 한잔하면서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1970년생 ‘개띠’로 올해 마흔 여덟이다.

아울러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도 (돌아본다)"며 "요즘 교회도 다니는데 후회도 많고, 건강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의 운전 실력은 어떨까. 그는 "라이선스를 딴 건 아니지만 대학 때 짐카나(광장의 복잡한 코스를 빠져나가는 경기)도 나가고 레이스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웠다"며 "직접 하면 연구소 직원이 할 일이 없어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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