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다양해진 바나나..중남미산 공세 매섭네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2018.01.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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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인기'에 작년 수입 40만톤 돌파..'가성비' 중남미산, 선두 필리핀산 추격

원산지 다양해진 바나나..중남미산 공세 매섭네


'국민 과일'로 부상한 바나나의 원산지가 필리핀산 일색에서 벗어나 다양해지고 있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를 앞세운 중남미산이 최근 인기를 얻으며 시장을 거세게 공략하고 있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에 수입된 바나나는 40만7829톤 규모로, 전년동기 대비 22.2% 늘어났다. 2013년부터 바나나 수입중량이 지속 증가해 지난해 처음 40만톤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바나나 수입금액도 3억4328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4.1% 증가했다.



바나나는 국내 소비자가 가장 많이 먹는 수입과일로 최근 그 인기가 더 높아졌다. 껍찔만 까면 먹기 쉬울 뿐 아니라 영양이 풍부하고 포만감이 커 1인 가구 등의 식사대용으로 많이 선택된다. 씹는 데 힘이 들지 않아 국내 고령 인구 증가와 맞물려서도 인기가 좋다. 지난해 이마트에서는 바나나가 부동의 1위 사과를 제치고 과일 매출 왕좌에 등극했다.

바나나 인기가 치솟은 가운데 원산지도 다양해지고 있다. 필리핀산 바나나는 지난해 1~11월 국내에 수입된 바나나 중 78.3%(31만9271톤)를 차지하며 선두를 지켰지만 2013년 97.7%에 육박했던 점유율이 5년 사이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바나나 수입이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중량은 30만톤 대에 머무르고 있다. 필리핀 현지의 작황 부진으로 인해 시작된 정체기가 최근엔 원산지 다변화의 영향을 받으며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필리핀이 겪은 태풍 '보파'로 생산량에 타격을 입은 뒤 바나나를 시들게 하는 '파나병'의 일종인 'TR4'가 발생해 수년에 걸쳐 바나나 생산을 어렵게 했다. 또한 중국, 중동의 바나나 수요가 수년 사이 급성장하며 한국에 수입되는 바나나 물량은 늘지 못하고 값이 비싸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신세계푸드와 롯데마트 등이 품질이 좋으면서도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바나나를 팔기 위해 에콰도르, 과테말라, 멕시코 등 중남미산 바나나를 적극 수입하며 필리핀산을 주로 판매하는 국내 1위 바나나 수입업체 돌 코리아 등에 도전했다.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에콰도르산 바나나 브랜드 '바나밸리'를 론칭하며 판매에 나서자 국내 수입된 에콰도르산 바나나 중량은 지난해 1~11월 4만3055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82.9% 증가했다. 롯데마트 등이 수입한 멕시코산의 경우 같은 기간 수입중량이 167.9% 증가해 1만1681톤을 기록했다. 멕시코산은 2015년만해도 수입중량이 39톤에 그쳤다.

올해도 중남미산 바나나의 공세는 거셀 전망이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1.2㎏ 내외 바나나 1손을 연중 2980원에 판매하는 판촉을 시작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바나밸리'는 필리핀산보다 1~2주 정도 일조량을 더 받으며 재배돼 과육이 크고 탄탄하며, 당도도 높고 식감도 풍부하다"며 "기존 이마트, 이마트24가 중심이던 판매처를 중소형 할인점, 편의점 등 외부 채널로 넓혀 올해 500억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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