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비슷하지만, 접근은 완전히 다른 이 영화는 아직 그런 기술이 실현되지 않았는데도 보는 내내 고민을 안겨준다. 집을 ‘다운사이징’할 것인가, 내 몸을 ‘다운사이징’할 것인가.
몸이 줄어드니, 사는 환경도 작아진다. 그러니 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간다. 1억 원의 가치는 120억 원으로 껑충 뛰어 평생 저택에서 놀고먹을 수 있다. 남은 문제는 오로지 내 몸을 작게 만들 의지가 있느냐 뿐이다.
결국 아내와 함께 수술을 받기로 한 폴은 12.7cm의 소인으로 변신한다. 행복이 눈앞에 있는 듯했으나, 겁먹은 아내가 수술 직전 포기하면서 폴의 인생도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소인을 위한 도시 ‘레저랜드’에 도착한 뒤 폴이 겪는 인생은 ‘거인’으로 살았던 인생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아내와 이혼하면서 거액의 위자료를 물며 다시 쪼들리는 생활을 이어가야 했고 부의 평등이 실현될 줄 알았던 환상의 소인국에서도 이윤을 위해 속이는 부류나 최악의 가난을 여전히 이어가는 아시아계 여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운사이징 기술이 정치적으로 역이용되는 사례도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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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살았던 치료사가 베트남에서 온 반체제 인사인 소인 녹 란 트란(홍 차우)의 입김에 흔들려 가난한 이들의 구세주로 변해가는 모습은 거인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참 인생의 맛’을 제대로 인식하는 깨달음이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기술로 시작한 영화가 점점 루소의 ‘자연주의’ 외침에 부응하는 식으로 변해가는 흐름은 호기심으로 채워진 전반부의 재미를 점점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가벼운 놀이로 시작했다가 무거운 철학 메시지를 듣고 온 느낌이랄까.
후반부 재미는 잃었지만, 어쩌면 우리 현실을 가장 정확히 뇌까린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맷 데이먼은 인류의 첫 테스트 전사 역할을 ‘마션’에 이어 이번에도 마다하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11일 개봉.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