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무서운 '도미노 인상'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8.01.04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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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직원 맞춰 고참임금도 올라…소상공인연합회 "전체 인건비 25% 늘어"

 2018년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이 1일부터 적용됐다. 이날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463만여명이다. 인상폭은 전년대비 1,060원(16.4%) 상승으로 역대 최고치다. 2018.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년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이 1일부터 적용됐다. 이날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463만여명이다. 인상폭은 전년대비 1,060원(16.4%) 상승으로 역대 최고치다. 2018.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고양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최모(63)씨는 직원 월급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최저임금 인상 기준에 맞춰 신입 직원의 임금을 올리다 보니 고참의 시급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3명의 임금도 차례로 올려줘야 할 처지가 됐다. 최씨는 "임금을 다 올려주면 최선임 직원과 나의 수입에 별반 차이가 없어진다"며 "임금체계를 건들지 않기 위해선 신입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본격 적용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음식점, 편의점, PC방 등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는 업종의 사업주들은 직원들의 ‘임금인상 도미노’를 우려한다.

3일 소상공인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의 임금부담은 비단 최저임금 미만 직원에게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다. 최저임금 이상 받더라도 후임자의 임금과 비슷해지는 직원이 불만을 품는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경기 용인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43)는 “아무리 아르바이트라고 해도 직원간 서열이 존재하는데 이런 관행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막내의 시급만 올려줄 순 없는 노릇”이라며 “설령 몇 명만 올려준다 해도 급여 비공개 약속을 깨고 공유하는 경우가 잦아 불만이 생길 소지가 많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주는 최저임금 미만으로 급여를 받아온 직원뿐 아니라 전체 직원의 임금증가액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직원 전체가 수긍할 만한 임금수준을 제시하려면 직원 전체의 임금을 높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30명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월 190만원 미만 근로자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정책사업본부장은 “최하 급여를 받는 직원을 올려주면 그 위로도 줄줄이 임금인상 압력을 받는다”며 “현장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25% 수준의 임금증가 압박이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혜택을 받는 근로자 중에는 생계형도 있겠지만 해외여행이나 원하는 제품 구매, 소비 목적인 경우도 상당하다”며 “정부의 안정자금이 소상공인보다 해외나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일자리안정자금 대신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바우처’(전용상품권)로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일시적 자금지원보다 매출을 늘려주는 지원이 보다 효과적이란 이유에서였다.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으려면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상당수가 이를 지키지 않는 점을 고려한 요구로 풀이된다.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증대를 고려한 바우처 발급 사례는 성남시 ‘청년배당’이 대표적이다. 성남시는 청년배당으로 지역 전용 바우처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해 7000개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로부터 가맹점 등록을 받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간 형평성 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이에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인상 도미노 현상은 최저임금 상승률이 평균임금 상승률보다 급격히 오르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지금 시점에선 일자리안정자금의 집행역량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자리안정자금에 지속가능성 문제제기가 있는 만큼 최저임금 지급이 힘든 벤처기업에도 과감한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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