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템플턴대' 아시나요…이사장 사기혐의 구속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백지수 기자 2018.01.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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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가짜 대학, 199명에 17억원 뜯어"…주범, 더민주 소속 위원회 부위원장 활동

/사진=템플턴대 공식 홈페이지 캡처/사진=템플턴대 공식 홈페이지 캡처


소위 '미국 템플턴대학교'(Templeton University)의 한국인 이사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가짜 대학인 템플턴대가 학위 장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수는 199명, 피해금액은 17억원에 달한다.

해당 이사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으며 과거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총선에 나서기도 했던 인물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최근 사기와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김모 템플턴대 이사장(45)을 구속하고 박모 템플턴대 경영대학 학장(36)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박 학장에 대한 구속 영장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 등은 2015년 7월부터 199명을 상대로 "템플턴대(경영대 글로벌마케팅학과·상담심리대학 상담심리학과 등)에 입학하면 유학비자로 미국 현지에서 공부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위를 받은 후 국내 4년제 대학으로 학사 편입하거나 석사 과정에 진학할 수 있다"고 속이고 학비 명목으로 총 17억원가량을 뜯은 혐의다.



이들은 전직 법무부 장관과 국회의원, 현직 지상파 아나운서 등을 교수진인 것처럼 홍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이들이 교수진으로서 역할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1년 4학기제로 학사를 운영했는데 다른 사람보다 돈을 많이 내는 학생에게는 조기에 졸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템플턴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Templeton University' 상호로 법인 등록만 했을 뿐 미국 연방 교육부나 한국 교육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은 2016년 중반 사건을 인지하고 2년 가까이 수사한 끝에 김 이사장 등을 검거했다. 수사가 길어진 이유는 상당수 피해자들이 자신의 모교가 가짜라고 알려지면 망신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고 진술을 주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한 교회 앞에 설치된 템플턴대 상징물 /사진제공=템플턴대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한 교회 앞에 설치된 템플턴대 상징물 /사진제공=템플턴대
수사망이 좁혀오자 피의자들은 부랴부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교회 건물을 매입하고 대학 상징물을 세운 뒤 "템플턴대는 실체가 있는 대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범인 김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한 위원회의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당 활동을 해왔으며 심리치료 관련 협회의 이사장 자리까지 맡고 있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당시 민주통합당의 한 지역구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김 이사장이 유력 정치인들과 찍은 사진이 손쉽게 검색된다. 다만 경찰은 템플턴대와 특정 정치세력 간의 연관성은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는 가짜 대학들이 많다"며 "시민들은 의심되는 대학이 있으면 교육부에서 정식 인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범죄 혐의가 재판 과정에서 확정되면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 현재 수사와 별개로 템플턴대 학사과정에 재학했던 황모씨(24)는 김 이사장 등을 상대로 350만원(등록금 250만원·위자료 1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 이사장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지난해 말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템플턴대는 미국의 정규 대학인데 경찰이 미국 시스템을 잘 모르고 문제 삼는 것"이라며 "조만간 국내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템플턴대를 홍보하는 특집 보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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