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글로벌인물10]부의 역사를 새로 쓰고 사회 변혁을 주도한 이들(종합)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유희석 기자, 권다희 기자 2017.12.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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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부터 마크롱까지…고립자초하는 트럼프를 넘어 세계화 리더십 다툼 시작

편집자주 올해도 전 세계가 격변을 겪었다. 그 중심엔 사람이 있었다. 세계 정치·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1인 절대권력을 움켜쥐었다. 머니투데이 국제부는 지난 1년간 다룬 이슈를 되짚어 올 한 해 국제사회 흐름을 주도한 인물 10명을 꼽았다. ①시진핑 ②도널드 트럼프 ③에마뉘엘 마크롱 ④앙겔라 메르켈 ⑤아베 신조 ⑥무함마드 빈살만 ⑦제롬 파월 ⑧제프 베저스 ⑨손정의 ⑩수전 파울러가 그 주인공이다.

[2017 글로벌인물10]부의 역사를 새로 쓰고 사회 변혁을 주도한 이들(종합)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후계자 없는 1인 절대권력을 굳건히 했다. ‘시진핑 사상’이 공산당 헌법인 당장에 삽입되면서 중국 국부인 마오쩌둥에 비견되는 권위를 갖게 됐다.

시 주석의 부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역학 구도 안에서 더 돋보였다. 트럼프가 자국 이익을 앞세워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키는 사이 시 주석은 ‘중국식 세계화’를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구원투수로 주목받았다.



시 주석은 서구 중심의 세계화를 주도해온 다보스포럼에서 세계화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포용적 세계화’를 역설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미국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대표는 “중국이 미국과 유럽의 공백을 메우려 한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지난해 주간지 타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분열된 미국의 대통령’(Divided States of America)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반(反)이민 행정명령,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추진 등으로 구체화 됐다.

‘미국 우선주의’도 앞세웠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등도 줄줄이 재협상 대상이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미치광이’, ‘늙다리’, ‘키 작은 뚱보’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선언’을 하면서 중동 지역에 피바람을 불러왔다.

그나마 미국 뉴욕증시가 급등세를 이어가며 체면을 세웠다.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 언론과 대립은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5월 대선에서 창당 1년이 안 된 신생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 이하 앙마르슈)를 이끌며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인 39세에 대권을 거머쥔 에마뉘엘 마크롱이 그 주인공이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얻으며 데뷔했다.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기용하고, 야당 공화당 소속이었던 에두아르 필리프를 총리로 지명하는 등 파격적인 인재 등용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무색하게 곧 지지율이 급락했다. 집권 4개월 만에 ‘프랑스에서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란 불명예까지 얻었다. 지금은 다시 반등세다.

외교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정 탈퇴하자 기후 변화 대응을 주도 역할을 차지했으며, 중동에서조차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올해 9월 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 정치 스승인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독일에서 가장 긴 16년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된 인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하지만, ‘뼈아픈 승리’로 기록됐다. 수개월째 사실상 무정부 상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메르켈은 ‘과도 총리’다. 그가 주도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이번 선거에서 최고 득표율(32.9%)을 기록했지만 대연정 파트너였던 사회민주당(SPD)이 사실상 참패하고, 대연정에서 이탈하면서 연립정부는 수포로 돌아갔다.

유일한 대안으로 SPD와 다시 대연정을 꾸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지지율은 계속 하락 중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로 7년 연속 메르켈 총리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했다.

★아베 신조

일본 역사상 최장기 총리.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9월 중의원 해산과 이어진 총선에서 자민당을 이끌고 압승하면서 사실상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까지 자리를 굳혔다.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만 이기면 된다. 임기를 정상으로 마치면 메이지 유신 이래 가장 오랫동안 일본을 이끈 정치 지도자가 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가 된 뒤, 그해 12월 총리에 취임했다. 앞서 2006년 1년여의 짧은 총리 생활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모리토모 학원 비리 사건으로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20%대까지 밀리는 등 장기집권에 먹구름도 드리워졌다.

위기는 길지 않았다. 경기 부양책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지율이 50% 이상으로 다시 올랐다.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20% 가까이 급등하면서, 21년 만에 2만2000선을 돌파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의 32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사진)은 왕실과 재계 유력 인사들을 대거 숙청하는 사우디판 ‘왕자의 난’으로 올해 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빈살만이 수장을 맡은 반(反)부패위원회가 체포한 이들은 왕족, 전·현직 장관, 유명 기업인 등으로 국왕 1순위 계승자 자리를 차지한 뒤 본격적인 실권 장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긍정적인 평가는 그가 사우디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개방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높게 산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건설·관광 등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고 국영기업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여성 운전을 내년 6월부터 허용하는 결정도 환영받고 있다. 반면 국내 입지를 공고히 한 그가 중동 지역에서 외교적인 영향력을 과시하려 하면서 중동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내년 2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바통을 이어 ‘세계 금융 대통령’ 역할을 할 제롬 파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 성장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통화정책은 옐런 의장의 기조를 유지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파월은 한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진화하는 한 그동안도 그랬고 앞으로도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64살인 파월은 정치(학사), 법학(박사) 전공이다. 경제학 박사학위가 없는 FRB 의장으로는 폴 볼커(1979~87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1990년대 초 조지 W.H.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는 재무부 국내금융담당 차관보를, 1997~2005년에는 사모펀드 회사인 칼라일그룹에서 일했다. FRB 최초의 투자은행 출신 의장이기도 하다.

★제프 베저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 제프 베저스는 올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밀어내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저스 CEO의 자산 가치는 이달 27일 현재 996억달러(약 107조원)에 이른다. 올해만 342억달러가 늘었다. 2위 게이츠보다 9조원 가까이 많다. 이는 아마존 주가가 올해 급등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로 일하던 베저스가 1994년 단돈 300달러, 우리 돈 34만원으로 설립한 아마존은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를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97년 상장 이후 불과 20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베저스의 혁신은 아마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아마존은 올해 홀푸드마켓을 인수했으며, 의약품유통시장을 뒤흔들 준비도 마쳤다.

★손정의

일본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손정의) 회장(61세·사진). 대규모 M&A(인수합병)로 거의 매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그의 ‘실험’은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5월 10조엔(약 95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 출범을 공표하며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도 손잡았다.

올해는 차량공유업체에 대한 ‘종횡무진 투자’도 두드러졌다.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5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의 그랩, 인도 올라, 브라질 99 등 세계 대부분의 차량공유 업체 지분도 확보했다. 그리고 올 11월 우버 이사회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컨소시엄의 100억달러 규모 투자안을 승인했다. 자율주행차 관련 플랫폼 사업 선점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전 파울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올해의 인물’로 수전 파울러를 선정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26살에 불과한 파울러는 올 2월 블로그에 3000단어 분량의 글을 올려 우버에 만연한 성추행을 폭로했다.

2015년 11월 우버에 합류한 그는 여성 직원들에 대한 상사의 성희롱·성차별 문제를 수차례 문제 삼았지만 경영진이 무시했다고 고발했다. 승승장구하던 우버는 발칵 뒤집혔다. 파울러의 일성은 우버를 흔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평가받는다.

파울러의 용감한 행보는 올해 전 세계를 휩쓴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이른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의 불씨가 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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