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경매 관계자들이 활어 무게를 재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지난달 21일 새벽 1시15분에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비릿한 생선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동트려면 한참 남은 시간임에도 수산시장 경매장 안은 대낮같이 밝았다. 중앙에는 모두가 볼 수 있게 대형 전자시계가 달려있었다. 시계판 붉은색 숫자가 긴장감을 더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장 가운데 달린 전자시계가 새벽 1시15분을 가리키고 있다./사진=신현우 기자
이곳에서 만난 중도매인 B씨는 "새벽에 여기 만큼 활기찬 곳은 없을 것"이라며 "오전 7시쯤 모든 경매가 끝나고 9시쯤까지 현장에서 거래가 이어지는데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잡히는 생선 등이 모두 모이는 여기가 대한민국 최고"라고 말했다.
경매사의 빠른 진행에 낙찰과 유찰이 거듭됐다. '숫자 외 나머지는 추임새'라는 게 이들 설명인데 흡사 주문을 외우는 모습이다. 상태가 좋은 수산물이 보이자 경매사와 중도매인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손가락으로 숫자를 만들어 보였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활어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경매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활기가 더해졌다. 수산물 경매의 꽃이라고 불리는 활어 경매 시작을 앞둔 새벽 2시50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일부 중도매인은 거래처와 통화하며 필요한 수량을 빠른 손놀림으로 메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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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활어경매가 시작됐다. 경매사가 단가를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 중도매인이 가격 경쟁에 나섰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경매에 내놓은 활어들이 날뛰자 사방으로 물이 튀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출하자가 경매를 위해 차량에서 활어를 내리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특히 좋은 물건을 낙찰받은 중도매인 주변으로 말쑥한 차림의 사람들이 몰렸다. 작은 규모의 일식당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로, 물건을 확인하고 매입에 나서는 것. 일부 중도매인들은 거래처에 낙찰받은 수산물 정보를 전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소속 경매사 C씨는 "경매사마다 추임새가 다르다. 순간이 낙찰을 좌우할 수 있어 '집중하라'는 의미에서 하는 것"이라며 "새벽 수산시장의 활기를 따라올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