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가 '펄떡' 삶도 '팔딱'…새벽 수산시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8.01.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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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여는사람들②]노량진수산시장, 영하추위에도 새벽1시부터 북새통

편집자주 어둑어둑한 새벽, 남들 보다 몇 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새벽 일터로 나온 이들의 사연과 면면은 다양하다. 일터로 향하는 이들의 발이 돼주는 버스기사, 새벽 그 어떤 곳보다 활기찬 수산시장,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배를 채워주는 해장국집 등 2018년 새해를 맞아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경매 관계자들이 활어 무게를 재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경매 관계자들이 활어 무게를 재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활어가 '펄떡' 삶도 '팔딱'…새벽 수산시장 가보니
"800원짜리 믹스커피 한잔에 언 몸 녹이며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거죠. 여긴 생선만 아니라 삶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곳이죠."(10년 이상 경력의 중도매인 A씨)

지난달 21일 새벽 1시15분에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비릿한 생선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동트려면 한참 남은 시간임에도 수산시장 경매장 안은 대낮같이 밝았다. 중앙에는 모두가 볼 수 있게 대형 전자시계가 달려있었다. 시계판 붉은색 숫자가 긴장감을 더했다.



강추위 속에 경매장은 패딩을 입고, 목도리·귀마개 등으로 무장한 중도매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누군가 양철통에 숯을 넣고 불을 피우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추위에 언 몸을 녹이고 손을 비벼가며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움츠렸던 어깨를 펴기도 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장 가운데 달린 전자시계가 새벽 1시15분을 가리키고 있다./사진=신현우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장 가운데 달린 전자시계가 새벽 1시15분을 가리키고 있다./사진=신현우 기자
경매장 주변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트럭들이 빼곡히 자리했다. 차량에선 경매에 내놓을 수산물이 차례로 내려졌다. "비켜"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리고 동시에 손수레가 지나갔다. 수산물을 옮기는 사람들은 영하권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중도매인 B씨는 "새벽에 여기 만큼 활기찬 곳은 없을 것"이라며 "오전 7시쯤 모든 경매가 끝나고 9시쯤까지 현장에서 거래가 이어지는데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잡히는 생선 등이 모두 모이는 여기가 대한민국 최고"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한쪽에선 패류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사들은 모니터가 달린 차량에 탑승한 채 경매를 진행했다. 맞은편엔 숫자가 적힌 모자를 쓴 중도매인이 줄 서 자리하고 있었다.

경매사의 빠른 진행에 낙찰과 유찰이 거듭됐다. '숫자 외 나머지는 추임새'라는 게 이들 설명인데 흡사 주문을 외우는 모습이다. 상태가 좋은 수산물이 보이자 경매사와 중도매인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손가락으로 숫자를 만들어 보였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활어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활어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은 시간별로 △패류 부류 새벽 1시 △고급선어·대중 부류 새벽 1시30분 △고급활어 새벽 3시 △냉동 부류 새벽 3시30분 등으로 나눠 경매가 진행된다.

경매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활기가 더해졌다. 수산물 경매의 꽃이라고 불리는 활어 경매 시작을 앞둔 새벽 2시50분.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일부 중도매인은 거래처와 통화하며 필요한 수량을 빠른 손놀림으로 메모하기도 했다.


새벽 3시 활어경매가 시작됐다. 경매사가 단가를 부르자 기다렸다는 듯 중도매인이 가격 경쟁에 나섰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경매에 내놓은 활어들이 날뛰자 사방으로 물이 튀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출하자가 경매를 위해 차량에서 활어를 내리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출하자가 경매를 위해 차량에서 활어를 내리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하지만 익숙한 일인 듯 사람들 얼굴에선 불쾌함을 찾을 수 없었다. 간혹 싸움도 일어난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일부 출하자는 낮아지는 단가에 경매를 포기했다. 적정한 가격에 활어를 낙찰받은 사람은 미소를 보이며 자리를 떠났지만 가격 경쟁에서 밀린 사람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특히 좋은 물건을 낙찰받은 중도매인 주변으로 말쑥한 차림의 사람들이 몰렸다. 작은 규모의 일식당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로, 물건을 확인하고 매입에 나서는 것. 일부 중도매인들은 거래처에 낙찰받은 수산물 정보를 전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소속 경매사 C씨는 "경매사마다 추임새가 다르다. 순간이 낙찰을 좌우할 수 있어 '집중하라'는 의미에서 하는 것"이라며 "새벽 수산시장의 활기를 따라올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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