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1982년의 명동거리와 2017년 명동거리. /사진=국가기록원, 뉴스1
"서울 속 중국 같아요."
1980년대,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은 서울 명동을 찾았다. 돌고래다방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씩 마시고, 경양식집에서 돈가스를 썰어 나눠먹었다. 연인들의 명절 '크리스마스' 때 명동은 더욱 붐볐다. 들려오는 캐럴 소리에 발맞춰 손 잡고 명동 거리를 걷는 건 데이트 필수코스였다.
1982년 인파로 붐비는 명동거리 /사진=국가기록원
(위부터) 2000년 명동거리와 2017년의 명동거리. /사진=국가기록원, 뉴시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6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여행하는 동안 방문한 관광지 중 명동(63.2%)이 1위다. 이어 동대문시장(48.6%), 남산·N서울타워(33.6%), 고궁(30.1%)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인 한모씨(26)는 "명동을 가지 않은지 3년 쯤 된 것 같다"면서 "상점에 들어가 구경해도 한국인을 홀대하는 느낌이 들고, 화장품이나 옷가게 등 모두 프랜차이즈 브랜드숍만 들어서 아무런 특색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페를 가더라도 특색있고 느낌있는 개인 카페를 가고 싶지 아무 매력이 없는 명동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는 꾸준히 늘었다. 2013년 52.5%, 2014년에는 41.6%로 늘자 명동은 외국인 중에서도 특히 중국인을 겨냥한 상권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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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씨(27)도 "한 번은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서 '요즘 인기있는 진붉은 색 립스틱 주세요'라고 했는데 세 네번을 말해도 중국인 점원이 못 알아듣더라"면서 "이후 다시는 명동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관광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거 명성 되찾는다…명동, 정체성 찾기 위한 노력 분주
전문가들은 사드보복 등 중국인 수요 집중의 위험성을 없애려면 중국인에게만 특화된 곳이 아니라, 명동만이 가진 특색을 되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럴 경우 자연히 명동에 발길을 끊은 한국인도 돌아온다는 분석이다.
명동이 위치한 서울시 중구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상업주의에 기대 단순히 쇼핑 거리만 늘어선 명동에 과거 명동이 가졌던 다양한 매력·정체성을 되찾아오겠단 계획이다.
1969년 명동거리 /사진=국가기록원
1969년 명동거리 /사진=국가기록원
최창식 중구청장은 "지난 봄 중국의 한한령으로 명동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지고 이에 타격받아 상가 공실이 늘어나는 상황을 겪었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시발점으로 어느 한편에 의존하지 않는 안정된 관광시장 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