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폭설이 내린 가운데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등 항소심 14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2.18/뉴스1
18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2심 재판에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불러 증인 신문했다.
앞서 '0차 독대설'이 퍼지면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알려진 것보다 한 차례 더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불러모았지만 이날 증인신문 결과 이 부회장뿐 아니라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다른 주요 재벌 총수들도 잇따라 독대자리가 마련됐다는 기존 내용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특검 측이 '0차 독대' 카드를 들고 나왔을 당시, 2014년 9월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의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 5분간의 1차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을 것이란 특검 측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이날 신문에서는 0차 독대에서의 과연 무슨 말이 오갔는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정작 안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왜 안가에서 총수들 면담을 했는지 이유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의 동선을 점검하고 수행하는 제2부속비서관으로서의 업무를 했을 뿐이란 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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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실제 2014년 9월12일에 만났는지에 대해서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안 전 비서관은 "개소식(9월15일)과 독대시기가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12일인지) 정확한 기억은 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기억의 허점도 드러냈다. 안 전 비서관은 독대 당시 이 부회장으로부터 명함을 받고 명함에 기재된 전화번호를 저장했다고 진술해 왔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안 전 비서관) 본인의 휴대전화에 이 부회장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는 사실과 명함을 받았다는 사실만 갖고 '당시 명함을 받아서 그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를 저장한 것'이란 결론을 추측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명함에는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다"며 "당시 기재 사실이 기억나냐"고 추궁했다. 안 전 비서관은 이에 "그건 기억 안난다"고 한발 물러섰다.
또 안가 독대 추정일로부터 3일 뒤에 열릴 개소식에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또 만날 텐데 굳이 따로 독대 시간을 낸다는 것이 억측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LG 등 다른 기업은 안종범 청와대 전 경제수석을 통해 여러 차례 일정을 미루거나 조정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안 전 비서관은 "변호사님 말씀이 이치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 측은 이전 공판 과정에서 0차 독대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된 의료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연관이 있지 않겠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의료용 모바일 앱이 탑재되는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특혜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주장이다.
다만 이 같은 특검 측 주장은 공소장에 기재되지 않아 아직 변경조차 이뤄지지 않았을뿐더러 변호인단으로부터 '당시 기업현안에 대해 모두 반론해야 하는 것이냐'는 지적에 부딪혔다.
이날 특검 측 역시 0차 독대가 왜 중요한지, 그날 어떤 말이 오고 갔을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재판이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