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경기·'이영학사건' 악재에도…거리 온정 늘었다

뉴스1 제공 2017.12.15 15:45
글자크기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80억원 넘을 듯
시민 "모금액 투명하게 공개했으면…"

=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최저기온이 영하 5도 아래로 떨어진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 거리. 손을 주머니에서 뺄수없는 강한 추위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영등포역 1층 밖에 위치한 한 곳을 향했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는 것이다. 3초마다 한번씩 끊임없이 울리는 구세군 종소리에 홀린 것인지 찾는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다.

청년실업률이 9%를 넘어서는 등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늘고 있다. 최근 딸의 치료비를 빙자해 사리사욕을 챙겨온 '어금니 아빠'이영학 사건으로 나눔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돌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15일 구세군자선냄비본부는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을 지난해 77억4000만원 보다 많은 80억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처럼 통큰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도 소액기부 등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통상 기업이나 기관을 제외한 개인 기부의 경우 1000만원 이상이면 통큰 기부로 분류된다. 지난해에는 개인 억대 기부자가 나오기도 했지만 올해는 억대는커녕 1000만원이 넘는 통큰 기부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대신 평범한 시민들의 도움의 손길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실제 자선냄비가 위치한 영등포역 1층 앞에는 4살짜리 어린 아이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70살이 훨씬 넘어보이는 백발의 한 노인은 500원을 기부하면서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를 준비해 감동을 선사했다.

10년 이상 구세군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박희자씨(68세·여)는 "올해 아직 큰돈을 지원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소액을 기부하는 사람들의 손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걷힌 모금은 문래와 관악 등 인근 지역의 저소득층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에 충격을 준 이영학 사건으로 기부문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적어도 나눔을 실천하는 시람들은 이를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 여의도에 거주한다는 40대 김희연씨는 "이영학 사건이 충격이긴 했지만 정말 일부분이지 않겠냐"고 반문하면서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이를 즐기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모금함을 보고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며 1만원을 선뜻 내놓은 직장인 최현중씨(37·남)는 "최근 경기가 안좋고 나쁜 사건들이 발생했다고 해서 나눔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며 "다만 모금을 진행하는 단체 등에서 쓰임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