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열 생각과느낌 몸마음클리닉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우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생각과느낌의원 원장)에겐 본명보다도 더 유명한 별명이 있다. ‘육아하는 아빠’라는 뜻의 ‘육아빠’다. 2012년 생후 3개월 된 딸의 육아를 전담하면서 인터넷 블로그에 양육일기를 연재하면서 스스로 지은 별명이다. 그는 지금도 6살이 된 딸과 5살인 아들의 육아를 도맡고 있다.
정 원장은 아내의 출산휴가가 끝난 후 아이를 돌볼 사람을 구하지 못하자 복직을 미루고 전업 육아의 길을 택했다. 마침 이직 준비 중이라 쉬고 있었던 것. 이후 육아를 하면서 성 고정관념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많이 겪었다. 엄마와 아빠, 모성과 부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아이가 엄마에게 애착을 형성하는 일, 아이를 키우며 육아우울증에 빠지는 일까지 모두 다른 엄마들과 똑같이 경험했다”고 했다.
정 원장이 꼽는 ‘아빠육아’의 장점은 “아이가 ‘다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아이의 사회성과 정서 발달에 좋다는 ‘아빠 효과’는 이미 국내외 연구를 통해 알려져 왔다. 아이가 엄마 한 사람이 아닌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치관과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아빠 육아를 고민하는 이들에겐 “자신감을 가지라”고 했다. 그는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와 끈끈한 정서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를 ‘육아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가족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 내가 좋아서 자연스럽게 육아를 계속하고 싶어진다”고 했다. 또 ‘육아는 마라톤’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전력 질주를 하면 안되는 마라톤처럼, 20년 이상 오래 아빠 역할을 하려면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가 늘 외치는 것은 ‘균형육아’다. ‘아이 반(半), 부모 반’의 균형, 또 ‘엄마 반, 아빠 반’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그는 “많은 부모들이 ‘나’는 신경쓰지 않고 아이에게 올인하려 하지만 부모도 사람인지라 신체적, 심리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며 “부모가 불행하면 아이도 잘 자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 본인의 삶과 행복에 집중하는 게 길게 보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