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 150만원… 그냥 퇴사했습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7.12.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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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 퇴사사유 '근로여건 불만족' 51%… "늦더라도 제대로 취업하자" 분위기

/삽화=김현정 디자이너/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서울 소재 한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말 중소기업에 취업한 김모씨(29)는 취업한 지 약 1년 만인 지난달 회사를 그만뒀다. 일주일에 세 번꼴로 야근을 하고 격주로 주말 근무를 하는 것에 비해 처우는 열악했기 때문이다. 그의 첫 월급은 150만원, 이런저런 수당까지 다 합쳐도 월세 등을 내고 나면 생활하기 빠듯했다. 김씨는 "어렵게 얻은 직장이긴 하지만 준비를 더해서 제대로 취업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처음 취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길어지는 데 비해 첫 직장을 다니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직장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로는 '근로여건 불만족'이 1위로 꼽혔다.



10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 11월호에 실린 '청년의 첫 직장과 잠재경제활동인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첫 직장을 그만둔 청년의 해당 일자리 평균 근속기간은 1년 3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07년 1년 6개월에 비해 3개월 짧아진 것이다.

첫 직장을 그만 둔 사유로는 '근로여건 불만족'이 51%로 가장 높았다. 2004년 조사 당시 39.4%에서 11.6%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청년들이 점점 임금뿐 아니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실제 첫 직장 월 평균임금 분포를 보면 남성은 100~150만원이 31.9%, 150~200만원이 30.4%, 200~300만원이 17.6%로 조사됐다. 여성은 100~150만원 비율이 42.1%로 월등히 높았고, 150~200만원(28.9%), 200~300만원(10.9%) 비율은 남성보다 낮았다.

취업준비생 한승수씨(28)는 "취업한 동기나 선배들을 보면 빨리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취업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올해도 합격한 곳이 있었지만 가지 않았다.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때까지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취업 관련 전문가는 "사회안전망이 불안해질수록 청년들이 첫 취업이 길어지더라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며 "무조건 열정을 다하라고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분위기에 맞게 처우 개선과 고용 정책을 발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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