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달 1일 참치캔 5종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이어 보름만에 즉석밥 3가지 품목 가격도 9% 올렸다. 참치캔과 즉석밥 가격을 인상한 것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이 중 참치캔은 동원F&B가 올초 가격을 평균 5.1% 올린 것보다도 10개월 늦었다.
실제 오뚜기의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6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59억원으로 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8%에서 7.2%로 축소됐다. '버틸만큼 버텼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증권업계는 내년 라면 가격 인상 없이는 오뚜기가 원재료 부담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들을 내놓는다. 조미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라면은 10년간 가격을 동결했고 경쟁업체들이 모두 인상했기 때문에 오뚜기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 간담회에 유일한 중견기업으로 참석한 것, 10년간 라면 값을 동결해 물가안정에 기여했다고 지난달 정부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한 사례 등은 '갓뚜기' 이미지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됐다. 수상 이후 라면값을 올리면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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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시장 점유율 격차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오뚜기는 라면업계 2위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며 1위인 농심과의 격차 줄이기에 올인하고 있다. 10년 전과 같은 라면 가격은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든든한 무기가 됐다. 좋은 기업 이미지와 가격 매력이 더해지면서 2011년 10.3%였던 오뚜기 라면 점유율은 올해 9월 25%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가격이 오를 경우 이미지가 좋아도 수요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
라면은 오뚜기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이다. 앞서 가격을 인상한 참치캔이나 즉석밥과는 규모가 다르다. 참치캔은 가격을 조금 올리거나 내린다고 소비량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반면 라면시장은 점유율 1%만 확대해도 연매출 200억~300억원이 증가하는 효과가 난다. 오뚜기가 라면값을 쉽게 인상하지 못하는 속사정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내년에 라면 가격을 올릴 지 여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며 "내년 초 경영계획과 함께 가격 등에 대한 지침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