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내년 '매입형 사립유치원' 추진한다

뉴스1 제공 2017.12.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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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시설 사들여 공립화…조희연 임기 내 추진
예산확보 불투명, 사립유치원 반발도 예상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대유유치원에서 열린 공영형 유치원 출범 현판식에서 참석자들과 현판을 걸고 있다. /뉴스1© News1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3월 서울 강서구 대유유치원에서 열린 공영형 유치원 출범 현판식에서 참석자들과 현판을 걸고 있다. /뉴스1© News1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매입형 사립유치원 도입을 추진한다. 올해 출범한 공영형 유치원과 함께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립유치원 공립화 시도다.

3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매입형 사립유치원 공모방법과 운영 가이드라인 등 세부계획 마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핵심추진 정책으로 꼽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앞으로 6개월가량 남은 임기 내에 도입기반을 닦아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매입형 사립유치원은 정부나 교육청이 사립유치원 시설을 사들여 공립유치원처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사립유치원은 운영권만 가진다. 교육청과 유치원법인이 공동운영하는 공영형 유치원에서 좀 더 진화한 형태다.

현재 교육청의 추진의지는 상당하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21일 '대한민국 영유아교육의 미래탐색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초청강연에서 "현재 매입형 유치원 도입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추진할 생각"이라며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의 핵심공약 중 하나가 공립유치원 확대다. 현재 서울지역 내 유치원 가운데 20% 불과한 공립유치원 비율을 더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다만 서울 내에서는 공립유치원 신설을 위한 토지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공영형·매입형과 같이 사립유치원을 공립화하는 방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매입형 유치원의 장점은 여럿이다. 예산절감이 대표적이다. 공립 단설유치원(단독 건물을 쓰는 유치원)을 새로 짓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최대 100억원에 이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설규모나 유치원의 위치에 따라 매입비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공립 단설유치원을 새로 짓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공립유치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이용률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내년 유아교육 기관별 학부모 수요를 조사했더니 공립유치원을 원하는 학부모가 전체의 56.2%에 달했다. 사립유치원(20.7%) 어린이집(19.8%)과 비교해보면 두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확대 정책'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입지가 썩 좋지 않거나 운영이 어려운 사립유치원도 구제할 수 있다.

수요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정책 추진 전이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서울지역 내에 매입형 유치원을 원하는 사립유치원이 2곳 정도 있는 상황"고 말했다.

공영형 사립유치원이라는 선례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2곳의 공영형사립유치원을 출범시켰고 내년 3월에는 2곳(성북·영등포 지역) 더 문을 열 예정이다. 앞으로 공영형 사립유치원을 '더불어키움'으로 명명하고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사립유치원의 참여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예상이다.

관건은 역시 돈이다. 예산확보부터가 문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2018년도 예산안'에도 매입형 사립유치원 관련 예산이 빠져있다.

정책 추진을 위한 첫걸음인 교육청 재정투자심사에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재정투자심사는 교육청이 주관하지만 기획조정실장, 예산과장 등 일부 교육청 관계자 외 심사위원 대부분이 외부인사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예산안에 관련항목을 넣으려고 했지만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공개공모를 하지 않을 경우 특혜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재정투자심사 등에서 재검토 의견이 나왔다"며 "지적된 내용을 보완해 매입형 사립유치원 도입을 위한 밑그림을 만들고 정책실현 가능성을 확보한 뒤 내년 추가경정예산 때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의 반발도 예상된다. 사립유치원 측 관계자는 "운영이나 재정상황이 어려운 사립유치원에는 필요한 정책으로 볼 수 있지만 매입형 사립유치원의 등장에 따라 멀쩡히 운영하던 주변의 사립유치원 상황이 나빠지는 등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며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정책을 내놓는다면 당연히 사립유치원 측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매립형 사립유치원은 사립유치원 밀집지역에서 '사립유치원 죽이기'로 규정해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이라며 "현재 학부모들에게 지원되는 유치원 누리과정비를 인상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도 왜 그런 정책을 도입하려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매입형 사립유치원은 결국 유아와 학부모를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의지를 갖고 반드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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