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마의'처럼… "침 맞고 고슴도치 나았어요"

머니투데이 김미혜 송파에코동물병원장 , 정리=김주동 기자 2017.12.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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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동물병원입니다~] 17. 동물도 한방치료? 미국에는 침술 자격증도

편집자주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이 20%를 넘었습니다.(2015년 21.8%, 농림축산식품부) 1000만명이 그들과 함께 한다고도 하는데요. 우리는 반려동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동물병원 속 재미있고, 때로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통해 그들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제공=에코동물병원/사진제공=에코동물병원


동물을 치료하다 보면 한의학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같이 추워지는 계절에는 일명 '디스크'라는 질환이 동물들에게도 잘 나타난다. 추워지면서 혈관, 근육이 수축 이완되는 것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다.

몇년 전 이맘때 고슴도치가 오줌을 못 누고 뒷다리를 잘 못 쓴다는 연락을 받았다. 검사를 해보니 척추강직증이었다. 아, 고슴도치에게는 양약을 쓰기 어려운데….(신장·간 기능이 약한 고슴도치는 스테로이드나 소염제 같은 강한 약을 쓰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어떻게 하면 잘 걷지도 먹지도 못하는 고슴도치를 큰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침, 한방 치료를 적용해보았다.

조선시대 '마의'처럼… "침 맞고 고슴도치 나았어요"
신기하게도 아이는 점점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틀 후에는 스스로 밥도 먹었고, 움직이지도 못하던 아이가 자고 나니 어디론가 사라진 일도 있었다. 보호자 분이 한참 찾아보니 장롱 밑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그곳까지는 제법 먼 거리였는데 기어갔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았다고 하신다.



정말 기쁘고 보람된 순간이었다.

우리병원은 초기부터 침, 한방치료도 해왔는데 양방과 같이 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본 경우가 많다. 사람으로 치면 이른바 '양한방 협진'이다. 특수동물들도 허리가 아프거나 마비 증상이 와서 병원을 찾을 때가 종종 있는데, 침 치료를 하거나 한방 약을 썼을 때 예후가 기대 이상이었던 사례가 많다.

고슴도치뿐 아니라 토끼, 기니피그, 앵무새들도 한방치료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나이 많은 동물들에게 오는 관절, 디스크 질환에 도움이 된다.


2012년 10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방송된 MBC '마의'. 마의(馬醫)는 말을 치료하는 의사를 뜻합니다. /사진=MBC2012년 10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방송된 MBC '마의'. 마의(馬醫)는 말을 치료하는 의사를 뜻합니다. /사진=MBC



↑ 미국의 한 동물병원에서 관절염을 앓는 개에게 침 놓는 영상.


한방치료는 부작용 없이 치료 효과가 좋아서 점점 주목받고 있다. 16개의 주요 경락, 혈 자리를 동물에게 적용한 치료인데, 우리나라에서 소나 말을 침·뜸으로 치료하기 시작한 것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간다. 조선시대 자료를 보면 조상님들의 동물 치료가 우리 세대 생각보다 앞서 있다는 느낌도 들 정도이다. 사극에서 말·소에게 침을 놓는 장면이 보이기도 하는데, 조상들은 실제 이런 치료를 했었다. 물론 지금도 효과를 보는 좋은 치료법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만 한방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침술 관련 자격증을 우리나라보다 먼저 만들어서 수련 과정도 만들었을 정도이고, 독일 등 유럽국가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한방을 전수받기 원한다.

김미혜 수의사(송파에코동물병원장)김미혜 수의사(송파에코동물병원장)
추운 계절에는…
반려동물 보온에 신경써주세요. 갑자기 추운 곳에 가거나, 실내온도가 크게 떨어지면 동물들도 관절·신경계 질환이 생길 수 있답니다. 마시는 물도 너무 차가운 것보다는 약간 미지근한 것이 좋습니다.

갑자기 다리 마비가 오거나 소변을 잘 못 보는 증상을 보이면 병원을 빨리 찾으세요. 동물들에게도 골든타임이 있어서 마비증상이 시작된 지 72시간 후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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