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일용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교수./사진=홍봉진 기자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한국 최초 프로파일러다. 프로파일러는 일반 수사로 파악이 어려운 연쇄살인 등 중요 사건 용의자의 행동 유형·심리 등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는다. 유영철과 정남규,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을 대면하는 건 그의 몫이었다. 스트레스로 이가 세 개나 빠졌다.
당시 프로파일러는 그가 처음이자 혼자였다. 2005년 프로파일러 특별채용이 실시되면서 동료가 생겼다. 흉악범의 심리를 분석하는 일은 생각보다 고되다. 악인의 정신세계를 직·간접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본인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래서 수사를 끝내면 항상 후배이자 동료와 마무리 모임을 가졌다.
동국대 교정에서 만난 권 교수는 나이를 묻자 말을 아꼈다. 그간 범죄자에게 신상이 노출돼 해코지당하는 경험이 수차례 있었다는 이유다. 2006년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을 수사할 때 정남규 집에서 자신의 사진과 신상이 담긴 기사를 직접 발견한 일도 있었다.
프로파일러 시절 매달 수십 건의 흉악 범죄를 살폈다. 매일 몇 구의 시신을 마주 했고 피범벅인 범죄 현장에 수시로 들락날락했다. 범행 증거물을 보고 또 봤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끊이지 않는 흉악 범죄 공통점으로 권 교수는 '고립'을 들었다. 흉악 범죄자는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자의로 이탈하면서 다른 사회 구성원과 동질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주변인이 고립된 개인의 사회화를 돕고 사회적 연대와 협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00명이 넘는 악질 범죄자와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특정해서 꼽을 수는 없다. 권 교수는 "부검은 표정없는 시신을 대하니까 수천 건을 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프로파일링은 표정과 생각이 담긴 사람을 대하니 전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에 프로파일러는 20여명 정도다. 소수이기 때문에 특별해 보이기도 하지만 권 교수는 미화를 경계했다. 권 교수는 "프로파일러는 모든 해결책을 쥐고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며 "용의자의 행동과 심리, 범죄 유형을 분석하고 수사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경찰 생활 28년, 과학수사 24년 끝에 올해 4월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경정)에서 명예퇴직했다. 퇴직 후 강단에 섰다. 당분간 강단에서 현장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며 후배를 양성할 계획이다. 권 교수는 "오랜 시간 범죄자 입장으로 살아왔다"며 "이제는 후배에게 경험을 전달하면서 프로파일러가 아닌 '나'의 삶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