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800 터치…10년만의 설움 풀었다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7.11.2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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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만에 100p 올라, 코스피 상승률 '키맞추기'… "내년에도 상승 기대, 쏠림현상은 부담"

코스닥 시장이 24일 10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800선을 돌파한 뒤 셀트리온 (189,000원 ▲5,300 +2.89%) 신라젠 티슈진 등 제약·바이오주 동반 약세로 뒷걸음질쳤다.

‘코스닥 800’은 정부 정책과 수급, 실적 등 3박자가 맞물리며 빚어낸 결과지만 제약·바이오 업종 쏠림현상 심화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확인시켜 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연초대비 25.43% 상승,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25.57%를 거의 따라잡았다. 10월 말까지 코스피 상승률이 24.54%로 코스닥 (9.83%)과 2배 이상 차이가 있었는데 지난 3일 7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3주 만에 100포인트 급등해 코스피에 육박했다.

◇정책·수급·실적 3박자 맞아 떨어져=코스닥 시장에 불을 지핀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의지다.



코스닥 800 터치…10년만의 설움 풀었다


지난 2일 정부가 중소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코스닥 시장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기관자금 유입을 강조하면서 코스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다음달 중 코스피·코스닥 우량주를 섞은 새 지수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으로 구성된 코스닥150에 기관 매수가 몰리면서 수급이 뒷받침됐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서만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1조2041억원, 4353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연초 이후 10월 말까지 4조889억원을 순매도했던 기관의 변심은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최근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 실적이 있는 계좌를 의미하는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를 포함해 코스닥 거래대금, 신용융자 잔액 등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실적도 황소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18년, 2019년 코스닥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27.8%, 20.5%로 코스피 전망치 13.2%, 6.4%를 상회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PI본부장은 “통상 정권 교체 후 2~3년차 코스닥 수익률이 좋은데 새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종 쏠림현상은 추가 상승에 부담=하지만 제약·바이오주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항암제 개발회사 신라젠 (4,685원 ▲15 +0.32%)은 이달 들어 주가가 55.52% 급등, 코스닥 강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신라젠은 3분기 13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6일 상장해 단박에 코스닥 시총 4위를 꿰찬 무릎관절염 치료제 개발회사 티슈진도 2020년까지 영업손실이 지속될 전망이다.

코스피의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 SK하이닉스 (174,200원 ▼1,700 -0.97%)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하며 시장 상승을 주도한 것과 대조적으로 코스닥은 성장 가능성만으로 주가가 급등, 거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식 유통상황을 판단하는 지표인 주식회전율을 보면 신라젠이 11월 중 170.84%를 기록, 같은 기간 코스닥, 코스피 회전율 38.19%, 13.9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때문에 코스닥이 투자가 아닌 투기 시장으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바이오 일부 종목에 매수세가 집중되며 코스닥이 단기급등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장기적인 투자를 생각하는 건전한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오히려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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