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염됐나"…수서고속철 공사 비리에 재판부 한탄

뉴스1 제공 2017.11.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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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시공사, 감리·설계업체 관계자 무더기 실형
"도대체 이게 건설현장인가, 토목현장 모두 이렇나"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수서고속철도(SRT) 2017.1.9/뉴스1수서고속철도(SRT) 2017.1.9/뉴스1


수서고속철도(SRT) 공사와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행·시공사, 감리·설계업체 관계자들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토목현장이 모두 이런 식이냐"며 한탄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2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두산건설(시공사) 현장소장 함모씨(56)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5000만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공사팀장 최모씨(46)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하고 1200만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철도시설공단(시행사) 전 부장 박모씨(49)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4000여만원을 명령했다. 배임증재 등 혐의로 기소된 하도급업체 부사장 김모씨(48)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특경법상 사기·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감리업체 전 이사 이모씨(57)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심리하면서 든 생각은 '도대체 우리 공사현장이 이렇게 오염됐는가'였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나중에 어떻게 잘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뤄진 행위들이 이런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발주처는 뇌물을 받고 1차 도급업체는 하도급 업체로부터 금원을 받는 식으로 이뤄지는 등 수없이 많은 접대와 상납구조가 이뤄진다"며 "뇌물도 자동차를 넘겨받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어떻게 이런 식의 범행이 이뤄질 수 있는지"라며 한탄했다.

재판부는 "도대체 이게 건설현장반인지, 우리나라 토목현장이 모두 이런 건지 안타까울 뿐"이라며 "하지만 재판부 입장에선 각 피고인 행위의 책임범위 내에서 형을 정해야 해 그 한도 내에서 선고했다"고 밝혔다.

함씨 등은 하도급 업체 등과 짜고 지난 2015년 1~10월 수서~평택 고속철도 2공구(3.2㎞)에 대한 노반신설공사를 수퍼웨지공법(저진동·저소음)으로 진행하겠다고 속여 철도공단으로부터 182억원의 공사대금을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함씨 등은 2015년 4월 설계업자와 공모해 화약발파로 굴착공사가 완료된 구간에 대해서도 수퍼웨지공법 구간으로 설계를 변경해 11억원대의 공사대금을 타낸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관리 공단 직원들에게 수천만원 대의 향응·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공모를 통해 공법을 속이거나 설계변경으로 공사 대금을 빼돌리는 등 뇌물을 주고받은 객관적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인정하고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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