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인문학은 이제 설 자리조차 없는 것일까. 저자 스콧 하틀리는 이런 얘기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인류학자가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심리학 전공자가 페이스북을 창업하고, 역사와 문학 전공자가 유튜브 CEO가 된 수많은 사례가 그 증거들이다.
다시 말하면 기술혁신 시대에 기술적 전문지식 없이도 기술 분야를 이해할 수 있고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술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인문학이다.
코딩의 천재로 알려진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엑시터 아카데미에서 인문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에서 라틴어, 예술사, 심리학 수업을 들었다. 이 같은 인문학적 배경이 없었다면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읽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엔지니어적 사고를 넘어 ‘왜 만드는가’를 깊이 있게 질문할 수 있는 인문학적 통찰이야말로 공학의 미학을 극대화하는 방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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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인문쟁이’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술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시작해 기술 툴의 민주화를 거쳐 윤리적 기술의 고찰까지 더듬는다. 디지털 인문학과 인문주의적 기술 같은 학문의 융합이 펼쳐지는 세계도 다루는데, 컴퓨터와 철학, 심리학 등을 한데 모은 ‘상징체계’, 언어학과 신경과학이 결합한 ‘인지과학’ 등이 그 예다.
저자는 “기술 자체는 인간에게 위협적이지 않다. 위협적인 것은 인문학을 비롯한 인간 문제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기술을 우선시하는 태도”라며 “‘기술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가 아닌 ‘우리가 기술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까’라는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인문학 이펙트=스콧 하틀리 지음. 이지연 옮김. 마일스톤 펴냄. 388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