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원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 110만원"…왜?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7.11.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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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Law&Life-양심을 파는 암표 ①] 프로그램으로 싹쓸이…정작 필요한 사람은 웃돈 없이 못사

"11만원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 110만원"…왜?


"뮤지컬, 공연, 스포츠 등 티켓이 플미(원가에 웃돈을 얹어 판매)가 너무 심각합니다. 무료티켓을 10만원에 파는 경우도 있고, 10만원짜리 티켓을 100만원에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연을 즐기는 것이 아닌 암표로 팔기 위해 티켓을 예매하고 비싸게 파는 사람들이 늘어나 정작 문화 예술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법적 처벌을 가해 좀 더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이 글에 지금까지 2만여명이 동의를 눌렀다. '암표를 근절해 달라'는 관련 청원만 약 30개에 달한다. 지난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작과 함께 이런 청원이 쏟아졌다. 이번에는 연말 각종 공연·콘서트 등을 앞두고 암표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대책은 없다. 팬들은 울고 암표상만 웃는 현실이다.



◇'티켓 싹쓸이'에 웃돈만 100만원

예매 시작 몇분만에 매진이 된 인기 공연·콘서트 티켓도 온라인 중고 티켓 구매 사이트에 가면 넘쳐난다. 문제는 가격이다. 정가 11만원의 유명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 웃돈 100만원이 붙어 팔리기도 한다. 한 사람이 수십장을 팔겠다고 내놓는 경우도 있다.



한 장 구하기도 어렵다는 티켓을 이들은 어떻게 구한걸까? 암표상들은 주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빠른 시간 동안 티켓을 대량 구매한 후 재판매하는 수법을 쓴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단순·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표 예매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입력해놓면 정해진 시간이 됐을 때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표를 예매한다. 이렇게 산 표를 중고 사이트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표를 '싹쓸이'해버리니 진짜 공연을 보려는 이들은 오히려 표를 구하지 못한다. 결국 이들이 웃돈을 붙여 내놓은 표를 사거나 공연 관람을 포기하게 된다. 서울에 사는 40대 박모씨는 "아이들과 야구 경기를 보러가려고 했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중고 티켓 사이트에 처음 접속해 봤다"며 "표 한장에 20~30만원씩 하는데 아이 두 명과 함께 가면 100만원 돈이었다. 결국 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무법천지' 온라인 중고 티켓 판매…막을 방법은?


'암표'는 엄연히 불법이다. 경범죄처벌법은 웃돈을 얹어 입장권 등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에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범죄처벌법은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으로 암표를 팔면 안되는 장소를 정해두고 있다. 온라인은 빠져있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암표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생긴 사각지대인 셈이다.

암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정보처리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 매입한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에 웃돈을 얹어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에게 6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을 부과하는 내용의 경범죄처벌법 개정안을 내놨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악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타인의 정상적인 인터넷 이용을 방해했을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각에선 매크로 프로그램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비상업적 용도로 사용하는 이들까지 처벌을 받을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개별 법에 이 같은 규정을 넣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평창올림픽법(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은 입장권을 구입해 웃돈을 얹어 입장권을 팔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처하도록 정해뒀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일본에선 암표 문제를 막기 위해 사업자들이 얼굴인식기술 등을 통해 티켓 구매자를 확인하는 등 탈법적인 티켓 사재기, 재판매의 유인 동기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사업자들 스스로가 불법적 매크로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강화하고, 상업적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이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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