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께 만난 주영걸 현대일렉트릭 (247,000원 ▲3,000 +1.23%) 사장은 이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대로 믿진 않았다. 유상증자 성공을 위한 '프로파간다'라 여겼다. 수십년간 R&D 비중이 2%를 넘지 못했는데 무슨 투자를 갑자기 늘리냐는 게 기자의 의구심의 근원이었다..
이 그룹이 그동안의 관성을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도 의심했다. 사업 분할의 실제 목적이 오너 지배력 강화일 거라 기자로서 비판적 관점을 유지했다.
주 사장이 했던 다른 말도 떠오른다. "2021년 R&D 비중은 5% 이상입니다"
현대중공업의 시행착오는 길고 길었다. 한때 이 그룹은 조선 호황으로 달러박스가 넘치자 수조원을 들여 증권사를 샀고, 사할린 땅을 차지해 목장을 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룹의 주요 보직은 오너 친구들과 재무 출신들이 꿰찼었다.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임직원을 내보내게 한 불황은 이 무겁고 관성적이던 집단을 각성하게 한 것 같다. 그룹은 지난 1년간 호텔과 삼호중공업 지분, 증권사를 처분했고 이제 기술과 품질로 돌아가자고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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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은 22일 현대로보틱스 등 주력 3개사의 부사장급 임원을 모두 R&D 전문 인물로 채웠다. 유례없는 엔지니어 중심의 인사 발령이다. 이들이 마침내 찾아낸 지향점을 공감할 수 있다.
그룹은 2021년까지 계열사 R&D에 총 3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관련 인력을 1만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중후장대한 기업이 그들의 각성과 변신을 웅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