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혁신도시, 이대로면 쓸모없는 지방신도시 전락"

머니투데이 부산=유영호 기자 2017.11.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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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원 혁신도시포럼 대표 "公기업 '업' 전환 통해 혁신성장 거점으로 도약해야…시즌2 전략 시급"

"10개 혁신도시, 이대로면 쓸모없는 지방신도시 전락"


“혁신도시 사업은 지방에 신도시 10곳 만들자고 기획한 것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혁신도시는 쓸모없는 지방 신도시로 끝난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이민원 전국혁신도시포럼 대표(60·사진)는 23일 ‘2017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혁신도시 사업이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물리적 기반 조성에만 매몰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옮긴 것은 이전 기관을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해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기관 이전에만 목을 매다 보니 꼬리(수단)가 몸통(목적)을 흔드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및 지방이양추진위원회에 참여,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사업의 밑그림을 직접 그린 균형발전정책의 ‘산증인’이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역임했다. 지난해 1월 혁신도시 정상화를 목표로 출범한 씽크탱크인 전국혁신도시포럼의 초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혁신도시 정상화를 위한 이른바 ‘시즌2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공기관 이전 등 혁신도시의 물리적 기반 조성이 ‘시즌1 전력’이었다면, 이제 혁신도시를 실질적 지역 혁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하는 게 시급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 된 것을 ‘시즌1’이라고 하면 이제 필요한 것은 혁신도시가 당초 목표했던 기능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사회가 손잡고 ‘시즌2 전략’을 펼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시즌2 전략의 성공 포인트로는 이전 공공기관의 ‘업의 전환’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광주·전남혁신도시(나주)로 이전한 한국전력을 성공사례로 들었다.


이 대표는 “한전의 업은 전기를 싼값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시대여건 변화로 그 의미가 퇴색했다”며 “하지만 본사 이전을 계기로 적극적인 노력으로 에너지신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고 그 변화에 맞춰 광주·전남도 글로벌 에너지변화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국농어촌공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 변화에 맞춰 기존의 저수지 관리에서 과감히 벗어나 농생명산업 혁신기업으로 업의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도로공사의 경우 도로 건설·관리 업무에서 지능형 교통체계시스템 플랫폼으로 탈바꿈하는 식이다.

이 대표가 공공기관의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구조 때문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초기 단계라 산업적으로는 무조건 손해가 나는 구조라서 모험이 어려운 민간기업이 선도하기 어렵다”며 “국민을 위해서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투자를 해야하는 공공기관의 본질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의 기관차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이 변화하면 그들이 위치한 혁신도시도 자연스럽게 혁신성장의 거점,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혁신도시 시즌2 전략의 성공을 위해 혁신도시와 인접 지역과의 연계성 강화도 강조했다. 혁신도시가 단순한 신도시로 남지 않기 위해서 내부 개발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역 연결성을 강화해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관심도 촉구했다. 이 대표는 “혁신도시 조성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 들어 대부분의 관할권이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혁신도시가 벗어났고 그 결과 추진 동력도 약화된 측면이 있다”며 “정부와 지차체가 통합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혁신도시 시즌2 전략을 밀도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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