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즈라 밀러, 히어로가 된 아웃사이더

서지연 ize 기자 2017.11.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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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 밀러, 히어로가 된 아웃사이더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 플래시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히어로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속도보다 더 강력해 보이는 무기가 있다면, 천하의 배트맨도 무장해제 시키는 솔직함일 것이다. 그는 팀을 만들고 있다는 배트맨(벤 애플렉)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도 거기 낄래요. 친구가 필요해요.”라고 말하거나 악당의 소굴로 뛰어들기 직전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미안한데 나 한 번도 싸워본 적 없어요. 그저 밀치고 도망가는 게 전부였다고요.”라고 털어놓는다. 슈퍼 히어로의 이미지를 깨는 플래시의 행동은 미소를 자아낸다. 그리고 이것은 에즈라 밀러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기도 하다.

2015년 에즈라 밀러가 플래시의 주연으로 확정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다소 비판적이었다. 17살 때 영화 ‘애프터 스쿨’에서 동급생들의 죽음을 촬영한 영상으로 학교를 혼란에 빠뜨리는 로버트 역할로 데뷔한 그는 영화 ‘케빈을 위하여’에서 엄마를 자극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케빈을 연기했고 영화 ‘월플라워’에서는 게이 소년 패트릭을, ‘더 스탠포드 프리즌 엑스페리먼트’에서 현실과 실험을 혼동하는 죄수를 연기했다. 전 세계적 프랜차이즈인 ‘신비한 동물사전’에서조차 그는 지독한 학대에 숨죽여 분노하는 크레덴스를 연기했다.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며 쉽게 정의할 수 없고, 어두운 내면이 있는 캐릭터를 자주 연기한 그에게 빛보다 빨리 달리는 슈퍼 히어로는 어울려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즈라 밀러는 플래시에 대해 “배리(플래시)는 정말 착해요. 그의 약점과 두려움에 끌렸죠. 그게 배리를 흥미로운 캐릭터로 만들어주거든요.”라고 말했고('V앱 라이브'), 팀의 리더인 배트맨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마냥 순진하고 신난 사람과 경험이 많지만 지친 사람의 관계. 서로에게서 배울 점이 많을 거예요. 우린 좋은 친구가 될 거니까.”라고 설명했다('IGN'). 그는 슈퍼 히어로를 다수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연기하기보다는 캐릭터의 내면에 주목하고, 새로운 면을 발견한다. 이것은 에즈라 밀러가 사람과 세상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는 ‘신비한 동물사전’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을 주류 혹은 비주류 중 어느 쪽으로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렸을 때 호흡 문제로 말을 더듬어서 어떤 그룹에도 들어가기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건 배우로서는 축복이에요.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걸 좀 더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그 사람들의 고통을 재단해서는 안 돼요.”라고 답했다. 또한 환경을 해치는 의류산업의 문제에 대한 의사 표시로 중고 옷만을 입고, 인터뷰에서 ‘나는 퀴어다’라고 밝히며 자신의 정체성을 이성애와 동성애로 이분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제 그는 헐리웃의 한가운데 서 있게 됐지만, 거기서 비주류의 생각과 삶을 반영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



플래시가 된 지금도, 에즈라 밀러는 여전히 그답게 행동하고 있다. ‘저스티스 리그’ 레드카펫에 리한나의 펜티 뷰티 립스틱을 바르고 등장하고, 원더우먼을 연기하는 갤 가돗이 성차별주의자들에게 경고를 날리자 환호하며 하이파이브를 청하기도 한다. 비주류지만 반드시 들어야 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저스티스 리그’에 합류했다. 자신의 초능력을 ‘누구든 꼭 끌어안아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히어로가 우리에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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