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라운지 싸움, 진실은 어디에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7.11.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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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항공사 의견은 사전에 듣지도 않고, 제주항공 (11,180원 ▲60 +0.54%)으로 일방 낙점됐습니다."(다른 저비용항공사 관계자)

"라운지를 쓸 의향이 있는지 묻는 공문을 받았고, 저희가 단독입찰해 들어간 겁니다. 입찰할 때는 아무 말 없더니 이제 와 항의하나 보네요."(제주항공 관계자)



대한항공 (20,950원 ▼100 -0.48%)이 내년초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로 가면서 비게 되는 제1여객터미널(T1) 탑승구와 라운지 자리를 두고 저비용항공사(LCC) 사이에 경쟁이 점화됐다.

그동안 신규 항공사 진입 시 함께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별다른 잡음 없이 '평화로운' 연대를 형성해 왔던 것과 달리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는 이전투구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T1 탑승구부터 시작됐다.

인천공항공사가 공식 발표도 하기 전에 제주항공이 T1 탑승구를 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에어를 비롯한 다른 LCC들이 항의에 나선 것. 진에어가 대한항공을 앞세워 인천공항에 항의했다는 말도 나왔다. 인천공항은 제주항공이 여객 수송 기준 국내 3위, LCC 1위인 만큼 T1 탑승구를 제주항공에 할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물의가 빚어지자 인천공항은 해당 계획을 철회했다. 셔틀트레인을 타지 않아도 되는 T1 탑승구의 혜택은 국내 항공사가 보지 못하고 외항사에게로 돌아갔다.


남은 것은 라운지다.

비게 되는 라운지는 논란 끝에 결국 제주항공, 대한항공, 캐세이퍼시픽, 싱가포르항공 등 4개사가 함께 쓰는 '기타 라운지'로 결론지어지는 모양새다. 제주항공은 '단골 손님에 대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유료 라운지 서비스를 준비중인데, 결론이 나오면 탑승구 때처럼 다른 LCC들의 문제 제기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LCC간 갈등은 국내 LCC 시장이 10년을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표면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LCC들은 국내선 50% 이상, 국제선 3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급성장했다.

내년이면 제주항공은 취항 12주년, 진에어는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제주항공은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이 기대되며, 진에어와 티웨이는 내년에 상장할 계획이다.

웬만한 중·단거리는 이제 LCC로 가게 된 시대에 고객들이 바라는 것은 '그들만의 라운지 싸움'이 아니다. 고객들이 라운지나 선호 좌석 예약, 브런치, 라면 등 유료 '로열티 프로그램'을 앞다퉈 도입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

고객들은 LCC들이 커진 덩치만큼 성숙해진 기본 서비스와 안전을 제공하기를 바란다.

가령 여행사로 넘어간 표에 대해 '나몰라라' 대응할 일이 아니다. 잦은 항공기 지연 문제에 대해서도 "대체 항공편이 없다. 무조건 기다려라"는 것보다는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실시간 발빠른 대응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비 인력 부족도 늘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문이 닫히지 않은 채 출발해 문제가 된 LCC도 있었는데,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상세한 설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요구된다.
지난 10월 추석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206만여명으로 개항 이래 최다 출국·입국·운항을 기록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사진=뉴시스지난 10월 추석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206만여명으로 개항 이래 최다 출국·입국·운항을 기록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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