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과 자칼이 춤추는 4단계 비폭력 대화법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2017.11.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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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 내 영혼의 문장들 -10 / 기린과 자칼을 넘어 저 너른 들판으로


기린과 자칼이 춤추는 4단계 비폭력 대화법



옳은 일, 그른 일이라는 생각 저 너머에 들판이 있네.
우리 거기서 만나세.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루미의 초대다. 그래 우리 가자. 저 들판으로. 한 점 걸림 없는 자유의 들판으로. 어떻게 가나? 여기 길잡이가 있다. 마셜 로젠버그가 고안한 비폭력 대화법이다. 그럼 간다!



먼저 옳은 일이라는 생각을 '기린'이라고 하자. 기린은 육지 동물 중에서 가장 큰 심장을 가졌다. 그 무게가 17Kg이나 된다. 이렇게 큰 가슴으로 상대를 품고, 긴 목으로 주변 사정을 살핀다. 기린은 사랑과 공감을 나누는 비폭력 대화의 상징이다.

그른 일이라는 생각은 '자칼'이라고 하자. 자칼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를 공격한다. 네 잘못을 따지면서 으르렁거리고 할퀴고 물어뜯는다. 자칼은 상처뿐인 폭력 대화의 상징이다.



내 안에 기린과 자칼이 있다. 당신 안에도 기린과 자칼이 있다. 이제 우리는 기린과 자칼을 넘어 저 너른 들판으로 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저 들판에서 함께 춤출 수 있을까?

내 안의 자칼과 당신 안의 자칼이 만나서 이야기하면 우리 둘은 '자칼 회전목마'를 타게 된다. 당신과 나는 공격과 반격, 비난, 경멸, 위협으로 돌고 도는 회전목마 안에서 험하고 거친 말로 난타전을 치르게 된다.

내 안의 기린과 당신 안의 기린이 만나서 이야기하면 우리 둘은 '행복한 기린 주스'를 마시게 된다. 당신과 나는 진한 공감을 나누며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내 안의 기린과 당신 안의 자칼이 만나거나 내 안의 자칼과 당신 안의 기린이 만나면 '자칼 회전목마'는 돌지 않는다. '행복한 기린 주스'까지 마실 수 있을지는 기린의 노력과 노련함에 달렸다.

둘이 나누는 대화를 춤이라고 하자. 당신과 나는 자칼의 스텝이나 기린의 스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둘 다 자칼의 스텝을 고르면 그 춤은 격투기가 될 것이다. 둘 다 기린의 스텝을 고르면 그 춤은 사랑의 하모니가 될 것이다. 한쪽이 기린의 스텝을 고르고 다른 한쪽이 자칼의 스텝을 고르면 그 춤은 엉킬 것이다. 엉킨 스텝을 풀어 사랑의 하모니로 이끌 수 있는 지는 기린의 노력과 노련함에 달렸다.

기린의 춤을 추고 싶은가? 그렇다면 기린의 스텝을 선택하라. 노련한 리듬으로 상대를 이끌어라. 기린 스텝은 4박자다. 따라해 보자!

하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보고 들은 것만 말한다. 평가 대신 관찰!
둘, 이러쿵저러쿵 풀이하지 않는다. 내 느낌만 밝힌다. 해석 대신 느낌!
셋, 내 느낌에 숨겨진 욕구를 찾아낸다. 느낌 뒤의 욕구!
넷, 강요하지 않는다. 부탁한다. 강요 대신 부탁!

무슨 말인지 알 듯 말 듯 한가? 당연하다. 어떤 춤이든 말로만 스텝을 배울 순 없다. 기린의 춤도 당연히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해보자. 하나, 다짜고짜 삿대질이면 첫 박자부터 놓친 것이다. 대놓고 따지지 말라. 직접 보고 들은 상황만 말하라. 둘, 별별 생각이 많으면 두 번째 박자를 놓친 것이다. 골치 아프게 머리 굴리지 말라. 지금 내 기분이 어떻지만 전하라. 셋, 억지를 부리면 세 번째 박자를 놓친 것이다. 대책 없이 방방 뜨지 말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분명히 하라. 넷,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지시하면 네 번째 박자를 놓친 것이다. 강요하지 말라. 좋은 말로 부탁만 하라.

관찰-느낌-욕구-부탁! 하나 둘 셋 넷!
관찰-느낌-욕구-부탁! 하나 둘 셋 넷!

그래도 헷갈린다. 당연하다. 몸에 밸 때까지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관찰-느낌-욕구-부탁! 하나 둘 셋 넷! 상대를 탓하고 있으면 그대로 멈춰라. 소설을 쓰고 있으면 그대로 멈춰라. 핏대를 올리고 있으면 그대로 멈춰라. 찍어 누르고 있으면 그대로 멈춰라. 관찰-느낌-욕구-부탁! 하나 둘 셋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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