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신분증으로 가입, 7년간 보험금 156번 타내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7.1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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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성, 전화·팩스로만 보험 가입해 의심 피해…경찰 "본인 인증 절차 강화해야"

/사진=뉴스1/사진=뉴스1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도용해 보험에 가입하고 허위로 보험금 8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박모씨(59)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구인 광고를 올린 뒤 구직자 신분증을 도용해 몰래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허위로 보험금 8500만원을 빼돌린 혐의다. 박씨에게 신분증을 도용당한 피해자는 6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구직 사이트에 '펜션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한다'며 광고한 뒤 구직자가 찾아오면 신분증을 복사하겠다고 속여 빼돌렸다.

이렇게 훔친 신분증으로 11개 보험사에서 상해보험 18건을 가입했다. 박씨는 주로 자전거를 타거나 등산을 하다 다쳤다며 허위로 총 156차례 보험금을 청구해 8500만원을 가로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보험사와 수사기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구직자 명의로 휴대폰과 은행 계좌까지 개설하기도 했다.

박씨는 주로 경미한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해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3주 이상의 진단이 나올 경우에만 보험사 직원이 실사를 한다는 점을 노린 수법이라고 경찰은 판단했다.

도용한 신분증으로 보험에 가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전화나 팩스로도 누구나 쉽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도용한 신분증의 실제 주인도 박씨와 비슷한 나이 대인 40~50대 남성이어서 전화 상담에서도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결국 반복된 보험금 청구를 수상히 여긴 보험사가 소송을 내면서 범행에 꼬리가 잡혔다. 신분증을 도용당한 사람이 억울함을 주장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 박씨의 오랜 범행이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박씨는 이렇게 타낸 보험금을 생활비에 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별다른 직업 없이 서울 서대문구 한 고시원에서 거주하던 박씨는 사기·도로교통법 위반 등 범죄 경력 25건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휴대폰 개통과 계좌 개설, 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도록 가입 단계부터 본인 인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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