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 안돼 돈 벌 기회 놓친다? 메리츠에선 상상 못할 일"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7.11.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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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형 메리츠종금증권 종합금융총괄 부사장 인터뷰

"협조 안돼 돈 벌 기회 놓친다? 메리츠에선 상상 못할 일"


"다른 회사들은 대표의 일정은 건드려선 안된다는 식의 틀 안에 갇혀 있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물리적인 협조가 안 돼 돈 벌 기회를 놓친다? 우리 회사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김기형 메리츠종금증권 종합금융총괄 부사장은 업계 최고 수익률을 올리는 메리츠증권의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 허용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증을 획득할 예정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0%로, 자본총계 상위 10위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12.1%)에 이어 2위다. 메리츠는 그간 부동산 PF 등 고수익 딜을 바탕으로 연간 15%의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지속해왔다.

이러한 수익률이 가능한 건 종금 라이선스 덕도 있지만 메리츠 특유의 조직문화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메리츠가 진행하는 모든 딜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최희문 사장이 주재하는 '끝장토론' 자리에서 검토된다. 일명 '딜리뷰' 시간이다.



"대형 증권사에선 심사위원회가 의례적, 형식적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죠. 메리츠에서는 실무진 선에서 의견을 내더라도 딜리뷰에서 결과가 뒤집히기도 합니다. 처음엔 안된다고 생각했던 딜도 누군가가 제안해서 구조를 바꾸면 살리기도 하고요. 수술대 같은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협조 안돼 돈 벌 기회 놓친다? 메리츠에선 상상 못할 일"
조직 특유의 순발력도 수익률을 높이는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일정이 안돼서 못한다"가 아니라 "일정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가 메리츠의 대응법이다. 프로세스를 거꾸로 밟아가서 딜을 되게 만들려면 당장 내일 뭘 해야 하냐를 고민한다.

"6대 증권사까지 몸집은 커졌지만 경영진이 딜 하나하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성사시키기 위해서 기민하게 움직이는 건 우리나라 어느 증권사보다 빠릅니다. 조직이다 보니 정례적으로 수목이라는 날짜를 정해놓고 검토를 하지만 갑자기 딜이 들어오면 일요일에도 회의를 할 수 있고요, 형식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임원진은 핸드폰과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늘 소통한다. 해외 출장 일정이 있는 임원은 해외에서 컨퍼런스콜로 참여한다. 문자메시지로 즉석 미팅을 제안하기도 하고, 메모 하나 들고가서 최 사장에게 급하게 보고해서 답을 얻기도 한다. 이 모든 게 2010년 최희문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된 이후의 변화다.


김 부사장은 "일을 해보면 '다음주까지는 죽어도 못한답니다, 그러니까 메리츠가 해줄수 없나요'라며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회사의 관행과 조직의 분위기에 따라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거래처와 일을 할 때도 딜을 검토하는 초기 단계부터 방향성을 빨리 정해줘 직원과 거래처의 진을 빼는 일이 없다. 남들은 불가능한 타이밍에 이슈를 해결하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더 높은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은 앞으로도 강점인 부동산 금융을 강화하면서 기업금융 수익원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이번 대형IB(투자은행) 도약으로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지속할 수 있게 되면서 2020년 종합금융업 라이선스 만료에 따른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평가다.

한편, 김 부사장은 1991년 삼성생명 입사 후부터 기업금융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업무를 담당해온 부동산 금융 전문가다. 이후 LG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의 전신), 한국투자증권 등을 거쳐 메리츠가 2006년 부동산 PF 조직을 신설하면서 합류했다. 2014년부터 종금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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