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보다 코스닥!… 올인하는 증권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주현 기자 2017.11.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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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활성화, 지금이 적기다-①]뜨거워진 코스닥, 2년간 소외 벗고 10년 고점 돌파 눈앞

편집자주 모처럼 코스닥 시장에 활기가 돌며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르면 내년 '코스닥지수 1000' 시대가 개막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올 정도로 시장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시장운영과 제도개정, 투자문화 개선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코스닥의 성장동력과 함께 제거해야 할 걸림돌을 점검합니다.

코스피보다 코스닥!… 올인하는 증권가


코스피 7조2834억원, 코스닥 9조8841억원.

한국 증시 거래대금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 15일 상황이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평소 수준이었으나, 나흘 전만 해도 4조원 대였던 코스닥 거래대금이 두 배로 급증하며 새 기록이 탄생했다. 최근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2~3일 만에 자금이 이렇게 유입된 적은 없었다. 코스닥 강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얼마나 큰지 입증하는 대목이다.

코스닥 거래대금도 1996년 7월1일 코스닥 개장 후 최대치(종전 7조4468억원, 2015년4월22일)다. 과거에도 코스닥이 코스피를 추월한 적은 있었으나 폭이 크지 않았고 단발성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스닥이 코스피를 2조원 넘게 추월하는 현상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16일 증시에서도 코스닥은 7조9131억원, 코스피는 5조5446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59%(12.19포인트) 오른 780.22로 마감, 10년 고점(2015년7월, 782.64, 종가기준) 돌파를 눈앞에 뒀다. 코스닥 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2.4% 상승했다.

상황변화에 맞춰 시장 행보도 달라졌다. 자산운용사들은 코스피지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벤치마크 전략을 펼쳐왔는데, 최근에는 코스닥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는 액티브 전략을 도입하려는 곳이 속속 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팀장은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에게 좋은 코스닥 종목을 추천해도, 코스피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핀잔을 먹었던 게 불과 한두 달 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기관투자자를 찾아갔더니 삼성전자 같은 것 말고 바로 투자해야 하는 코스닥 종목 리스트를 달라는 요청이 돌아왔다"며 "국내뿐 아니라 외국계 투자자들도 똑같은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기관 투자자들은 코스닥에서 3512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였고 외국인도 사상 최대치인 1868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기관은 최근 7거래일 동안 1조3580억원 어치를 쓸어담았다.


한 자산운용사는 최근 조직을 개편해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중형주 매매에 주력하는 부서를 만들었고, 연기금 한 곳은 코스닥만 투자하는 팀을 별도로 만들 예정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문사들은 강남 PB(프라이빗뱅커)들이 VVIP 고객에게 추천할 중소형 코스닥 기업 투자에 특화된 상품을 찾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270조원 가량으로 역대 최대치다. 코스닥 강세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추진 의지와 3분기 코스닥 종목의 실적 개선, 연기금의 투자 확대 기대감 등이 고루 반영된 결과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이 내년까지 긍정적이란 점이 시장변화에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코스닥 상장사들의 예상 영업이익 증가율이 30%가 넘는다고 집계했다.

또 내년 예상 영업이익 증가율은 37%로 고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지수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상승했던 만큼 코스닥도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 증가로 개인 주식 거래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 등 증권주 투자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매출 비중이 높지 않고, 수수료 무료 이벤트 등 영향으로 관련 수익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거래대금 증가가 증권주 센티멘트와 밸류에이션에는 미치는 영향은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개인 브로커리지 매출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 (128,300원 ▼2,600 -1.99%)은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18.5% 상승, 기대감을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지나친 시장 쏠림에 대해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활성화와 장기투자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인위적으로 투자를 유도하기 보다는 실적 중심의 투자나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공개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벤처육성과 코스닥 지원 등 정부 정책으로 시장의 관심이 커진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바이오 등 일부 업종의 주가과열은 주의해야 하며 근간에는 코스닥 기업들이 수익성을 높여 투자 메리트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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